박운서 <통산산업부차관>

제1회 APEC(아태경제협력체)테크노마트가 개막됐다.

지난 93년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APEC 각료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하여 94년2월 APEC회원국의 승인을 얻은 이 행사가 APEC 18개
회원국중 12개국에서 231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메카인 대전에서 열렸다.

제1회 APEC 테크노마트는 APEC역내국간의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지역협력 프로그램으로서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APEC협력
프로그램의 발굴"이라는 보고르 선언의 취지에 부합하는 최초의
행사이다.

따라서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APEC 발전과정에서 주도적 위치를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APEC 역내의 지역협력프로그램으로 우리가 여러가지 프로그램중
제1회 테크노마트(기술거래시장)를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우리나라 산업기술정책의 흐름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산업기술정책 흐름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80년대
초반까지는 대체로 선진외국의 기술을 그대로 도입.활용하는 것이
기술정책의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산업발전초기에 우리가 필요로 했던 기술들은 비교적 단순하고 복제가
쉬운 기술이었고 그러한 기술들은 선진국들이 쉽게 이전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값싸고 손쉬운 방법이기도 했다.

또 그때까지만 해도 국제적인 경쟁이 덜 치열했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에 그렇게 인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우리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은 고급.첨단기술이고 이러한 고급.첨단기술을
선진국에서 쉽게 이전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또한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에서 보듯이 국가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선진국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적재산권
보장요구등 여러 장벽을 쌓으면서 기술이전에 더욱 인색해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런 인식아래 정부도 신경제정책을 수립하면서 기술혁신을 산업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삼아 강력한 기술드라이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자체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은 부득이
선진국으로부터 획득할수 밖에 없다.

광주.천안에 외국인기업 전용단지를 조성하여 외국인 직접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함으로써 그 투자에 첨단.고급기술이 함께 묻어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

지난 4월6일에는 방위산업등을 제외하고 기술도입신고제도를 폐지하여
기술도입을 대폭 자유화했으며,국제공동연구개발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외국의 우수기술인력에 대한 영주권부여 등 다각적인
유치방안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제1회 APEC테크노마트를 우리가 개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번 테크노마트를 통해 우리는 선진기술을 적극 획득하는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

6일간의 각종 전시회 상담회 및 세미나 등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족한 기반기술을 선진국으로부터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일부 비교우위가 있는 생산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행사를 개최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은 이를 계기로
APEC역내 기술협력시대를 열어가는데 있다.

APEC역내의 국가는 미국 일본 캐나다등 기술선진국,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등 중진국및 중국 말레이시아 칠레등 후발개도국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선진기술을 상품화하려는 역내 선진국과 하나의 기술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하는 역내 후발개도국 사이에서 이들간 기술거래의 센터를 제공하여
기술이전을 촉진시킬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1회 APEC 테크노마트를 개최하고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역내 국가간 상설 기술정보시장을 발전시킴으로써 장차 우리나라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기술교역 중심지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를 통해 APEC역내 기술협력시대를 열어나감으로써 "함께 번영하는
아시아.태평양시대"의 주역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