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76) 제3부 대옥과 보채, 영국부로 오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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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옥은 아직 어리지만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의젓하였다.
그런데 얼굴에 병색이 짙어 외할머니 사씨부인이 염려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얘야, 어디가 아프냐? 그동안 약이라도 썼느냐? 죽은 에미를 닮아
몸이 약한 게로구나"
대옥이 그렇게 염려하시지 말라는 뜻으로 미소를 살짝 지으며 대답했다.
"어디가 뚜렷이 아픈 것은 아니에요.
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늘 이랬는 걸요.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손에서 약그릇을 놓아본 적이 없어요.
아버지가 유명하다는 의원을 다 불러 저를 낫게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 효험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무 약도 먹지 않고 있단 말이냐?"
"별 효험은 없지만 인삼양영환 이라는 약은 계속 먹고 있어요.
그것마저 먹지 않으면 병이 더 심해질까 싶어서요"
"인삼양영환이라? 그거 잘 됐구나.
마침 집에서 그 환약을 만들고 있으니 네 몫도 만들도록 해야겠구나.
쯔쯔, 아무쪼록 몸 건강히 자라야 할텐데"
사씨부인의 눈가에 다시금 물기가 어른거렸다.
"호호호호"
갑자기 간드러진 여자의 웃음소리가 후원 쪽에서 들려왔다.
그러더니 한 젊은 여자가 여러 시녀들을 데리고 불쑥 나타났다.
"아유, 내가 그만 늦었네요. 먼 데서 오신 손님인데"
그 여자는 호들갑을 떨다시피 하며 대옥에게로 다가와 대옥의 손을
덥석 잡았다.
대옥이 이 사람이 누군가 하고 멀뚱멀뚱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사씨부인이 소개를 해주었다.
"너에게는 오라버니가 되는 가련의 아내되는 사람이란다.
그러니까 올케뻘이 되는 셈이지. 우리 집에서 유명한 말괄량이란다.
남쪽 지방 사람들은 저런 말괄량이를 가리켜 날자(매운 고추 같은
사람이라는 뜻)라고 그러지.
이름이 왕희봉이니 그냥 봉날자라고 불러도 돼"
그러자 주위에 서 있던 여자들이 웃음을 머금은채 손을 내저으며
대옥에게 일러주었다.
"안돼요. 봉날자는 할머님이 저 분을 부를 때 쓰는 별명이고요,
대옥 아씨는 올케님이라고 해야 해요"
대옥이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희봉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드렸다.
"올케님, 그간 무고하셨는지요"
희봉은 대옥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대옥의 손을 꼭 쥔채
연신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아유, 어쩌면 이렇게 이쁠까. 세상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9일자).
그런데 얼굴에 병색이 짙어 외할머니 사씨부인이 염려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얘야, 어디가 아프냐? 그동안 약이라도 썼느냐? 죽은 에미를 닮아
몸이 약한 게로구나"
대옥이 그렇게 염려하시지 말라는 뜻으로 미소를 살짝 지으며 대답했다.
"어디가 뚜렷이 아픈 것은 아니에요.
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늘 이랬는 걸요.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손에서 약그릇을 놓아본 적이 없어요.
아버지가 유명하다는 의원을 다 불러 저를 낫게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 효험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무 약도 먹지 않고 있단 말이냐?"
"별 효험은 없지만 인삼양영환 이라는 약은 계속 먹고 있어요.
그것마저 먹지 않으면 병이 더 심해질까 싶어서요"
"인삼양영환이라? 그거 잘 됐구나.
마침 집에서 그 환약을 만들고 있으니 네 몫도 만들도록 해야겠구나.
쯔쯔, 아무쪼록 몸 건강히 자라야 할텐데"
사씨부인의 눈가에 다시금 물기가 어른거렸다.
"호호호호"
갑자기 간드러진 여자의 웃음소리가 후원 쪽에서 들려왔다.
그러더니 한 젊은 여자가 여러 시녀들을 데리고 불쑥 나타났다.
"아유, 내가 그만 늦었네요. 먼 데서 오신 손님인데"
그 여자는 호들갑을 떨다시피 하며 대옥에게로 다가와 대옥의 손을
덥석 잡았다.
대옥이 이 사람이 누군가 하고 멀뚱멀뚱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사씨부인이 소개를 해주었다.
"너에게는 오라버니가 되는 가련의 아내되는 사람이란다.
그러니까 올케뻘이 되는 셈이지. 우리 집에서 유명한 말괄량이란다.
남쪽 지방 사람들은 저런 말괄량이를 가리켜 날자(매운 고추 같은
사람이라는 뜻)라고 그러지.
이름이 왕희봉이니 그냥 봉날자라고 불러도 돼"
그러자 주위에 서 있던 여자들이 웃음을 머금은채 손을 내저으며
대옥에게 일러주었다.
"안돼요. 봉날자는 할머님이 저 분을 부를 때 쓰는 별명이고요,
대옥 아씨는 올케님이라고 해야 해요"
대옥이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희봉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드렸다.
"올케님, 그간 무고하셨는지요"
희봉은 대옥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대옥의 손을 꼭 쥔채
연신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아유, 어쩌면 이렇게 이쁠까. 세상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