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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글로벌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내한한 일본교토대학경제연구소의
사와 다카미츠소장과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안충영교수가 12일 "일본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 주제를 갖고 대담했다.

사와소장은 세계계량경제학회펠로우로 있는 일본경제학계의 유명인사로
헤이세이불황과 급격한 엔고를 "제3의 흑선"으로 비유, 일본적 경영시스템을
붕괴시킬 현상이라고 규정한 바있다.

안교수는 한국계량경제학회회장, 교토대학객원교수를 거쳐, 현재는 한국
국제경제학회회장을 맡고 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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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영교수=먼저 교토대학의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선생님과 함께 일본
경제의 공생원리에 관해 토론한 바 있습니다만 이번에 한국에서 다시 뵙게
돼 반갑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작금의 헤이세이불황을 "제3의 흑선"이 도래한 것이다
라고 비유하신 평론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1853년 미국페리제독의 군함외교에 의한 강제개국을 제1의 흑선, 70년대
석유파동을 제2의 흑선이라 봤을 때 제3의 흑선은 2차대전이후 최장기의
경기불황으로 전환기적 성격을 갖고 있는 헤이세이불황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토론은 불황의 장기적 파장에 전체적인 촛점을 두고자 합니다.
작년말 일본대장성과 일본은행은 경제가 불황의 긴터널을 지나 회복기조에
들어서고 있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올들어 고베를 중심으로한 관서지방일대에 대지진이 발생하고 예상
을 뛰어넘는 속도로 엔고가 급속히 이뤄졌습니다.

이같은 사태가 경기회복기조에 들어선 일본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견해
가 있는가 하면 그 피해정도는 크지 않고 오히려 경기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었습니다.

현재의 일본경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사와 다카미츠소장=일본의 헤이세이불황은 91년5월부터 시작됐으며
정부가 경기회복선언을 한 것은 93년10월이었습니다.

정확히 30개월동안이었지요. 그러나 불황이 재작년 10월에 끝났다는 것은
정부의 견해일 뿐 국내외의 대다수 비즈니스맨들은 불황이 끝났다고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가 바닥이다"는 표현을 곧잘 합니다만 설령 당시에 경기가 바닥에
들어섰다고 하더라도 회복은 매우 느리고 완만한 상태였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말씀하신대로 한신(판신:오사카-고베일대)대지진이 발생,
생산설비나 철도 고속도로등 네트워크가 크게 붕괴됐습니다.

아직까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큰 피해를 냈습니다. 엔고는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최근 3-4년간 꾸준히 진행돼 왔지요. 물론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
되고 있습니다.

93년2월 버그스텐이 한 세미나에서 당시 1달러=1백20엔이던 엔화가 과소
평가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최소 1백엔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
했습니다.

외환시장에서 반응을 보이기 시작, 92년에 1달러당 평균 1백27엔이던
환율이 93년 1백11엔, 94년 1백4엔으로 절상됐고 올해는 평균 85-90엔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만이 아닙니다. 불황과 엔고도 그렇지만 자민당에 의한
1당지배구도의 붕괴, 유통질서개혁을 통한 엄청난 가격파괴, 지하철독가스
사건, 일본형경영의 붕괴등이 모두 어우려져 세기말적인 사회경제의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교수=이번 헤이세이불황은 과거의 불황과 비교,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사와소장=그렇습니다. 과거에는 불황이 지나고 나면 경제가 원상복구
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불황은 성격이 다르지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경제가
80년대와 같은 높은 성장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잘하면 2%정도가 앞으로 일본경제의 성장률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특별히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제와 같이 성숙화단계에 들어가는 것이지요. 앞으로는
경영자나 정부등이 모두 성장률에 대한 감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고도성장기에는 10%가 넘으면 경기가 좋다고 얘기했지만 앞으로의 일본
경제에서는 절대로 그런 성장률이 없을 것입니다.

헤이세이불황이 끝난다고 해서 성장률이 높았던 경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안정적이면서 장기적인 저성장시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안교수=일본경제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고 그것은 경제의 성숙화를
의미한다는 선생님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이나 세계에서 일본경제를 바라볼때 초미의 관심사는 엔고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가하는 점일 것 같아 이점에 대해 좀더 얘기를 할까
합니다.

일전에 미경제학회장을 역임한 바있는 로버트 아이즈너교수가 내한, 최근
엔고는 일본과 미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은 의도적으로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엔화의 저평가는 일본의 일부 수출재벌기업에만 특혜로 작용했고
주택등 사회간접자본의 희생과 국민복지의 열악한 상황을 강요해 왔습니다.

최근 엔고가 이를 해소시키는 일면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이 늘어
일본소비자의 후생상태가 좋아지는 식이지요.

나아가 미.일양국이 각각 상대국에 투자한 실물.유가증권가치의 불균형을
균형있게 잡아주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같은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향후 엔화의 수준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사와소장=그러니까, 결국 엔화가치가 달러당 80엔대를 돌파하는가
1백엔대로 돌아가는가 하는 문제는 일본의 경상수지가 어떻게 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작년에도 경상.무역흑자는 1천억달러를 크게 넘었습니다. 사실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일부학자들은 일본의 무역흑자와 환율은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흑자가 소비보다 저축이 많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1달러당 80엔대가 1-2년정도 이어지면 반드시 흑자는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일본기업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생산설비를 눈에 띠게 옮겨가게 될
것이고 싼값의 수입품은 더욱 늘어나겠지요.

환율은 다시 1백엔대로 되돌아갈 수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통상정책을
결과주의로 볼 수있습니다.

1천4백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가 1천달러로 줄고 다시 8백달러로 줄고 하는
결과를 중시하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무역흑자가 감소하지 않는한 엔고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인은 보고 있습니다.

<>안교수=1달러당 1백20엔하던 엔화가치가 1백엔이 되고 다시 90엔 80엔대
로 절상돼도 수입이 늘지않고 무역흑자가 증가하는 것은 단지 외환시세의
차원에서 설명할 수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은 비관세장벽이란 것이 일본에는 특히 심하다고 지적하는데 저는
사실 맞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