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7개국 7천여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국제교육기관 AIT 한국지부의
동문 회장을 맡고있다.

해마다 각국 지부의 초청으로 방콕 싱가포르 홍콩 일본 네팔등 벌써
23회째 계속되고 있는 이 모임에 참가하는 것은 정말 흥미롭다.

각국 대표들이 모여 공통의 관심사를 의논할 때는 마치 국제회의를
방불케하나 미숙한 영어표현도 별로 흉되지 않으며 국익이나 개인의
이해에도 별 문제가 없다.

초대국의 동문들이 베푸는 연회는 그나라 특유의 방식으로 교제와
대화가 주선되는데 어느새 우리는 한 울타리 안에서 동락하게 된다.

장관 교수 국영기업사장등 동문의 숫자가 많고 화려한 나라일수록
연회와 행사는 다채롭고 푸짐하다.

EXPO전시관 계획및 설계를 위하여,또 주택부문의 기술개발을 위하여
여러번 미국 영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등 10여개국을 방문하였지만 각
나라마다 그곳의 사람과 친밀한 정도 또는 개인적 유대관계에 따라
느낄수 있는 정서와 감정은 사뭇 다를수 밖에 없다.

관광으로 외양만 보고 지나칠때에는 전혀 느낄수 없는 그 나라
친구들의 삶과 행동,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외국 친구를 위해
하루종일 안내하며 대접하는 동문들을 만날때는 국경과 피부색을
초월한 동락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지난 15~16년간 서울을 다녀가는 외국인동문 교수들을 대할때 대접하는
자와 대접받는 자가 다같이 동락함이 있음을 느끼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지난70년 2명이던 동문이 이제는 1백명이 되었다.

모교인 방콕소재 국제공과대학원 AIT재단이사는 30개국 50명으로
전경제기획원장관 이한빈박사,전과기처장관 이정오박사,전연세대총장
안세희박사님 등이 역임하셨고 현재는 김정길박사(국제교육진흥원원장.
차관보)가 이사로 계시지만 그간의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부의 편재
때문일까,미약한 동문들의 힘으론 엄두도 내지 못하던 모임이었다.

이제 24회째 모임을 오는 6월22~23일 양재동소재 서울시 교육문화회관에서
5명의 외국 명사를 초청,"아태지역 국가의 기반시설건설에 있어 교육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심포지엄도 겸하여 동문들만으로 초촐하게 치르기로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