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세를 둘러싼 각종설이 난무하고 있다.

북경에서 일반인들이 감지할만한 특이 상황은 눈에 띄지 않지만 중국이
흔들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연 중국은 흔들리고 있는지 또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관심거리다.

북경에서는 매년 6월4일을 전후해 공안및 관련부문에 대한 특별지시가
떨어진다.

중국역사의 뼈아픈 상처인 "천안문사태"는 유령처럼 중국지도부를 괴롭히는
요인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연례적 조치의 하나로 지난 5년을 내려오던 이런 움직임이 금년들어서
유별나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중국 개혁.개방의 정신적 지주였던 등소평의
건강악화를 둘러싼 여러 소문들에 기인한다.

소문중에는 "1급전비태세 강구설"도 있다.

막상 북경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의 중국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대체적으로는 중국지도부나 중국인 모두가 "극단"을 원치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

경제부문의 계속되는 부패단속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기업들의 해외활동이
위축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정치계와 직결된 몇몇 고위인사 또는 태자당들에 대한 제재현상은
눈에 띈다.

일부 외신은 최근의 중국정세가 과거 문화대혁명의 전야와 같다는 시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경제분야는 어떠한가.

중국은 올해 8.5계획(8차5개년계획)이 끝난다.

내년엔 2000년까지 이르는 9.5계획이 시작된다.

8.5계획보다도 더욱 광범하고 확대된 대형프로젝트들이 줄을 이을 전망
이다.

이미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또는 그에 파생되는 다양한 사업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외국기업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 정통한 한국의 모기업이사는 요즘의 중국사정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중국내부의 정치전쟁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이제 한국기업의 생존활로를
걱정해야하는 단계다"

변화가 심할 것이라는 것은 익히 예견된 사항이다.

이를테면 우박이 떨어질 것인지, 아니면 비가 오고 말것인지의 차이 뿐인
것이다.

등소평의 죽음을 앞두고 이런저런 변화들이 곳곳에서 있을 것이라는 점은
예상문제에 속한 셈이다.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고 그속에서 "경제"라는 요인은 빼놓을수 없는
키포인트다.

중국경제는 이제 상당한 자신감을 가진 상태라는데 유의해야 한다.

물론 도농 동서 남북간의 격차들이 심화되고 있다는 변수를 가지고는
있으나 상당수 "인민"들이 이미 경제(돈)라는 맛을 철저히 보고있는 상황
이다.

이런상태에서 과거의 문혁과 같은 사태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국대중들의 전반적인 사고형태역시 중국지도부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되는 부정부패에 대한 척결움직임이 이를 증명한다.

내부적인 권력투쟁의 요소를 차치하고라도 이제 중국공산당 또는 정부의
방침이 인민에 반하는 요소를 가진 극단(ULTRA)경향을 지닌다면 환영받을수
없는 지경인 것이다.

중남해에 대한 경비강화, 북경시당위 서기의 해임등 일련의 사건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사건의 배경이 부패척결이라고는 하나 등의 사망이 임박했다는
상황에서 보면 심상치않은 움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오늘의 중국은 이미 과거 사회주의정권시절의 통치방식이 그 힘을
상실하기 시작했고 개혁과 개방에 따른 대중의 "경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과거와 같은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 북경=최필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