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경기는 호황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중화학공업과
경공업,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경기양극화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다시말해 경공업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제7회 중소기업주간 행사가 8일부터
시작됐다.

"세계로 뛰는 중소기업,미래를 향한 중소기업"이란 구호를 내건
이번 행사는 중소기업 경영자와 근로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중소기업 육성의 필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일임에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양극화의 평가와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계중소기업의 퇴출은 불가피한 것이며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어야만 국제경쟁을 극복하고 선진경제로 진입할수
있다고 했다.

또한 경기양극화를 우려하여 중소기업에 자금지원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은 금융자율화의 기조에 배치될뿐 아니라 득보다 실이
더많을 것이라고 했다.

경쟁력을 잃은 한계기업의 퇴출을 막을 이유는 없다.

중소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자금지원도 옳지 않다.

그러나 KDI보고서는 중소기업정책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첫째 한계기업의 도태를 보는 시각이다.

어떤 경제에서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양산업,한계기업은 생기게
돼있다.

경제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금난을 겪거나 부도로 쓰러지는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치부해버리는 안이한 자세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만 남는다.

중소기업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있는가를 분석하기 전에 왜 어렵게
되었는가,무엇이 중소기업을 어렵게 만들었는가를 따져야 한다.

더욱이 정부에서도 부도 업체수보다 신설 업체수가 많은 것을 구조개선사업
의 성공적인 추진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올바른 중소기업정책수립을 어렵게 하는 우려할 일이
아닐수 없다.

둘째 중소기업에 대해 무분별하게 자금지원을 확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의 잘못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자금얻기가 얼마나 어렵고 과다한 담보요구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고 있으며 또한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을 할인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충족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인력난,원자재값 상승,금융기관냉대,납품대금결제기간 장기화
등으로 중소기업의 돈가뭄현상은 어제오늘 겪는 일이 아닌데도 자금지원확대
가 부당하다는 주장은 동냥은 고사하고 쪽박깨는 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중소기업이 정상적으로 기업경영을 할수 있고 자금을 융통할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놓고 거기서 탈락하는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치부해야 옳다.

아직도 중소제조업을 하느냐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중소기업이
설 땅을 다지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