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 골퍼 Q에게로 소포가 배달됐다.

며칠전에 함께 골프를 친 Z가 보낸 것이었다.

소포의 내용물은 티셔츠였고 거기엔 다음과 같은 메모가 있었다.

"엊그제 라운드는 정말 즐거웠네.그때 자네의 적극적협조에 감사하며
티셔츠를 몇벌 샀네.혼자 입기엔 너무 미안해서 두벌을 보내네.물론
한벌은 여자용이니까 자네 와이프에게 주게나.

눈이오나 비가오나 골프장행을 허락한 자네 와이프에게도 나는
진정 감사하고 있는거지.물론 그 모두가 자네 돈으로 산 것이니까
너무 부담갖지 말았으면 좋겠네"

소포를 받은 Q는 우선 망치와 못부터 찾았다.

그는 티셔츠를 펴 책상앞 벽에 붙인후 못으로 "힘주어" 박았다.

그 다음 그 밑에 굵은 매직으로 다음과 같이 써 붙였다.

"잊지말자 티셔츠,쳐부수자 Z!Z!Z!"

<>.제2화 - 4명의 골프친구들이 있었다.

그중 한명인 A는 다른건 다 신통치 않은데 쇼트게임이 유독 강했다.

A는 "기껏해야 보기다"하는 순간 그린사이드 어프로치샷을 그대로
넣으며 버디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벙커샷도 마찬가지. 볼이 벙커에 들어가도 그것을 절묘히 붙여 파를
잡거나 가끔은 홀인까지 시키며 "예측불허의 버디"를 노획했다.

영낙없는 보기찬스가 버디로 돌변하면 상대방들은 정신적으로나
흐름상으로 "완전히" 묵사발이 되기 마련. 3명의 친구들은 A의 "보기성
버디"를 조심하자며 머리를 맞대었으나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조심하고 아무리 경계를 해도 볼을 치는건 A이니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어느날 3명의 친구들은 티타늄헤드에 그라파이트샤프트로 된 45인치
최신형 드라이버를 하나 사서 A에게 선물했다.

"자네의 구형 드라이버를 보다못해 우리가 하나 샀네. 이 드라이버로
제발 온그린좀 시키게. 그게 어프로치 버디를 얻어 맞는것 보단 훨씬
나을 것 같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3명의 속마음은 물론 다른곳에 있었다.

"원래 드라이버샷이 형편 없으니 거기다 45인치를 쓰게해서 아예 그린
접근을 불가능하게 하자.

OB와 같은 원초적 실수,그것만이 방법이다"

<>.이상은 모두 실화. 제1화의 "못말리는 장난"이나 제2화의 "마지막
전략"이나 모두 골프의 끝도 없는 "재미"를 예시한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오기"나 "투지". 겉으로는 배꼽을 쥐고
웃지만 속으로는 "천하를 평정하겠다"는 불꽃이 타고 있어야 한다.

<김흥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