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들뜨고 있다.

증시안정대책과 외국인주식투자한도확대등 정부의 잇단 증시부양대책
발표로 주가가 올들어 지루하게 계속된 조정국면에서 탈출,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부양책이 정말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기능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3차례이상 주가가 출렁임에 따라 혼이 난 일반투자자
들이 투자심리를 회복하고 장기적인 주식매수세로서 주식시장으로 되돌아
올 것인지를 알수 없다는 얘기다.

종합주가지수가 상승8일후 9일만인 6일 4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는 반전을
보인 것은 이같은 불안감을 뒷받침해 준다.

이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심리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주는
증시주변자금의 동향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의 주식수요는 거의 바닥에 이르고 있다.

예를들어 고객예탁금을 싯가총액으로 나눠 실질적인 증시내부의 유동성
지표로 활용되는 증시유동성은 종합주가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11월8일의 2.25%에서 하락,작년말에 2%선을 하향 돌파한 뒤
최근에는 1.5%대에 머무르고 있다.

신용융자잔고미수금 미상환융자금을 합한 대기매물성자금으로 고객예탁금을
나눈 실질주식수요자금비중을 보더라도 11월초에는 1백81.6%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1백25%선에 그치고 있다.

증시주변자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통화관리측면에서 시중자금사정은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올해들어 총통화( M 2 )는 평잔기준으로 17%선을 밑돌면서 통화당국의
억제선인 18%선에 크게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6월말의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앞두고 거의 4조원대로 추산되는
선거자금이 풀릴 것을 우려해 통화공급을 단속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시중실세금리가 여전히 15%선을 위협하는 상승기조를 지킴에 따라
통화당국의 긴축의지는 상당히 신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자금사정은
당분간 안정세를 지킬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업들의 자금 가수요현상으로 인해 회사채수익률이 재차 15%선
을 상향돌파한다면 주식시장은 최대악재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금리파괴형 상품의 판매호조로 금전신탁이 꾸준히 늘고 있으나
당국의 주식투자억제방침에 따라 주식을 사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투신사의 경우 주식형수익증권의 판매가 3투신만 4월 한달간 1천3백억원이
증가하는 등 주식형수익증권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주식매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주식시장밖의 자금동향을 종합해 보면 금융기관자금은 단기성
보수성을 띠면서 주식보다는 채권으로 몰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현재의 증시내부의 활력소 출현이 절실히 기대된다.

고객예탁금과 신용융자 외국인주식투자자금유입등이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고객예탁금은 시장안정조치(4월26일)이후 4일까지 8백67억원이
증가했다.

올해들어 거의 1조원 가까이 감소함으로써 증시붕괴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잔고 2조원선을 위협했던 예탁금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일단 투자자들의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볼수
있다.

한때 깡통계좌 양산위기의 재발까지 몰렸던 신용융자의 경우 부양조치후
주가상승을 타고 일부 우선주와 신주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6백13억원정도 늘었다.

그러나 고객예탁금이나 신용융자의 증가가 반드시 투자자들의 증시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둘의 증가를 주가상승의 전조라거나 근본적인 증시수요기반
확충으로 볼수 없는 일이다.

결국 현재의 주식시장을 활황장세로 이끌 힘은 외국인투자자금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연말로 예상되던 외국인주식투자한도확대를 7월1일부터로
앞당긴 것도 이같은 증시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중순이후 주식시장에서 매수세력으로 돌아선데
이어 신규투자자금을 본격적으로 유입시킬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계 증권사들이 한국주식을 사기 위해 4억6천만달러규모의 역외펀드를
조성하고 있고 올들어 주식매도자금을 미국증시로 끌고 나갔던 미국등
외국계 자금들이 한국증시로 환류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 자금이 기대만큼 국내증시에 들어와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일수 밖에 없다.

이번 한도확대로 추가유입이 가능한 외국인투자자금은 거의 4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사고 싶어하는 종목은 극히 제한적이어서 실제로
추가유입될 자본규모는 1조2천억~1조3천억원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이와 관련,자딘플레밍증권서울지점의 이종환이사는 "많아야 80여개,
아니면 40~50개종목에 대한 외국인자금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가차별화가 심화될 것이 예상된다.

또 국내투자자들이 종목을 갈아 타듯이 외국인투자자들은 국제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한국증시와 외국의 다른 증시를 골라 자금을 이동시키는
성격을 갖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 증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것이다.

이이사는 "외국인자금의 유입자체가 한국증시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힘은 되지 못할것"이라면서 다만 "국내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우량주
들을 외국인들이 인수,국내기관들이 매수여력을 다른 종목들을 매입하는데
전용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부추기도록 하는 간접적인
효과는 기대할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정부가 금융자산소득의 종합과세와 관련,구체적인
시행안을 확정하게 되면 세금회피를 위해 뭉칫돈이 주식시장으로 찾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이때쯤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활황을 탈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