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엔고"라는 호재가 출현했음에도 경상수지적자규모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엔고가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그러나 올들어 "수퍼"라는 표현이 과장되지 않을 정도의 초엔고현상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오히려 사상최대의 적자행진을 보이고 있다.

올 1.4분기의 경상수지적자는 분기별로는 사상최대인 37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한해동안의 적자폭 47억5천만달러에 10억달러차이로 육박하는
규모다.

한국은행은 당초 1.4분기 경상수지적자폭을 34억달러선으로 예상했었다.

이강남한은조사2부장은 "올들어 이달 25일현재 수출입적자폭(통관기준)이
62억달러로 작년같은기간(38억달러)의 두배가까이 이르고 있어 무역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가 가까운 시일내에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무역수지의 개선이 쉽지 않을거란 얘기다.

기업들의 설비투자의욕이 아직도 상당수준에 이르러 자본재수입증가세가
당분간 둔화되지 않을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승용차수입증가율이 1백92%에 이르는등 사치성소비재의 수입이
크게 늘고있는 점도 경상수지가 개선되기 어려울것임을 보여준다.

민간연구소들도 대부분 경상수지적자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엔고효과가 아직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데서
적자의 한요인을 찾을수 있다.

엔고로 인한 수출증대효과는 지연되는 반면 수입액은 이미 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원고"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헨고효과를 반감시킬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엔고로 벌어들인 돈을 원고때문에 잃어버린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엔고의 효과가 당장 나타나는게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있다.

박우규KDI연구위원은 "최근의 경상수지적자는 국내산업의 경쟁력취약에
원인이 있는게 아니라 오히려 경기활황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반영해주는
지표"라며 "내년부터는 엔고효과로 경상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수출증가율이 높은 것은 기본적으로 "물량"의 증가때문이지만 수입증가는
엔고로 인해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자본재와 원자재의 "가격"상승탓이어서
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개선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엔고는 국내 수입단가를 올려 물가에 영향을 준다.

또 엔고로인한 경기활황지속은 임금인상을 야기해 물가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따라서 "지금이 총수요의 안정적관리를 통해 국내의 소비수요를
줄이고 건축경기과 설비투자를 줄이는등 경기진정책을 필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엔고효과가 부작용없이 나타날수 있게 만들기위해서는 우리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인 대일수입의존도를 줄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우리경제의 대일자본재수입의존도는 37%선으로 엔고가 중소기업등
내수산업은 물론 경상수지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기때문이다.

이윤호LG경제연구원장은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이번 엔고를 부품과
기계류의 일본수입의존도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한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