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홍루몽] (56) 제2부 진사은과 가우촌 (17)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호, 이게 얼마만이오?"

    가우촌이 두 손을 뻗어 교행을 맞이하였다.

    교행은 부끄러움으로 두 볼이 모란꽃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였다.

    "나를 기억하시오?"

    우촌이 정분이 가득 담긴 눈길로 교행을 바라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교행은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하며 그저 고개만 한번 끄덕였다.

    "듣자 하니 그동안 고생이 무척 많았다고 하더군요"

    우촌이 깍듯이 존대말을 해주는 바람에 교행은 더욱 몸둘 바를 몰랐다.

    "이리 좀 더 가까이 오시오. 호로묘를 떠난 후에도 한시도 그대를
    잊은 적이 없소. 어제 부임행차길에 그대를 보고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하였소"

    "저도 그러하였사옵니다"

    교행이 간신히 입을 열어 말하며 비로소 천천히 고개를 들어 우촌을
    바라보았다.

    교행의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우촌과 교행 두 사람은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들을 나누느라고 밤이
    깊어가는줄 몰랐다.

    교행으로부터 진사은 선생 댁의 이야기를 다시 들으면서 우촌은
    가슴이 메어지는것 같았다.

    호로묘의 화재로 인하여 가산까지 모두 불타고 말다니. 지금 진사은
    선생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또 그 귀엽던 영련이는? 한 집안에 불행이 닥쳐도 이렇게 한꺼번에
    닥칠 수 있단 말인가.

    진사은 선생댁이 망해가고 있는 동안 우촌 자신은 승승장구하며 출세의
    가도를 달려온 셈이었다.

    일찍 진사은 선생을 찾아뵙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지만, 진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몸이라 부임지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던 나날이기도
    하였다.

    우촌은 진사은 선생의 그 모든 불행과 자신의 출세가 교묘하게 어우러져
    지금 교행을 만나게 된 것이라 생각하니 새삼 불가사의한 운명의 힘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운명의 힘으로 결합된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마음을 연후에 차츰
    뜨겁게 몸을 섞어갔다.

    교행은 남자 경험이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우촌은 능숙한
    솜씨로 교행의 몸을 데워나갔다.

    무엇보다 우촌은 건강한 아이를 얻기 위해서는 한밤중이 지나 닭이
    울기 전에 평온함과 즐거움으로 교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정액을 쏟아놓아야 아이를 얻을 수 있는가 그 비결도
    알고 있었다.

    우촌은 교행이 처녀의 몸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행복감에
    흥건히 젖어 그녀의 몸을 계속 애무해 나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

    ADVERTISEMENT

    1. 1

      한성대 AI 연구팀, CVPR 2026 논문 2편 채택

      오희석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 연구팀이 쓴 논문 2편이 인공지능·컴퓨터비전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대회인 ‘CVPR 2026’에 채택됐다.CVPR은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와 비영리 학술 재단인 컴퓨터 비전 재단(CVF)이 주최하는 대표 학술대회다. 전 세계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한다. 이번 논문은 생성형 AI 기반 자연영상 편집과 3차원(3D) 포인트클라우드 품질평가를 다뤘다. 연구팀이 발표한 첫 번째 논문은 텍스트·이미지 생성 모델을 활용해 추가 학습 없이 이미지를 편집하는 '제로샷(Zero-shot) 프레임워크'를 주된 내용으로 담았다. 사용자 지시를 반영하면서도 원본 이미지의 구조를 유지하고 빠르게 편집할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소개했다. 두 번째 논문은 원본 데이터 없이 3D 포인트클라우드의 품질을 평가하는 무참조(No-reference)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평가되며 다양한 3D 응용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 교수는 “한성대의 AI 연구 경쟁력을 보여준 사례”라며 “교육과 연구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지속적인 성과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최진영 기자 jewelryjin0@hankyung.com

    2. 2

      [한경에세이] 강철 멘털이 된 '쫄보'

      “골프는 멘털이다.” 골퍼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지 않을까. 골프를 잘 치려면 기술, 멘털, 체력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선수일수록 기술적 실력 차이는 정말 근소하고, 멘털이 결국 승부를 가른다. 멘털 관리는 단순히 경쟁할 때, 긴장될 때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강한 멘털이란 모든 것을 건강한 마음으로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 자세 하나하나가 모여서 촌각을 다투는 순간을 버텨내는 힘이 된다.2009년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9차 연장전 끝에 우승한 적이 있다. 그때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 나는 멘털이 강한 선수로 알려졌다. 한일전이나 국가대항전 같은 단체전을 할 때 동료 선수들은 내가 멘털이 강하다며 마무리 짓는 자리를 자주 맡겼다. 실상은 ‘쫄보’에 가까운데 말이다. 세 살 아래 내 동생은 늘 “도대체 언니는 그런 쫄보 멘털로 어떻게 골프를 치는지 신기하다”고 이야기한다.2017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몇 주 동안 지키다가 내려온 적이 있었다. 1위 자리를 내준 후 ‘나는 실패한 선수인 것 같다’는 생각을 꽤 오래 했다. 그런 어두운 마음 때문이었는지 딱히 성적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우승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하루는 레슨을 받으러 갔더니 코치가 대화를 좀 하자고 했다. 코치는 내 경기 기록과 함께 훈련할 때 퍼포먼스를 보면 내가 우승을 못 하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더니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를 수 있어?”라고 물었다. “굳이 하고 싶지 않은데?”라고 대답했다. 그러

    3. 3

      [사설] 채무 고위험 청년층 급증…'빚투' 내몰지 말고 자산형성 기회줘야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담긴 청년 세대의 현실은 참혹한 수준이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빚 갚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고위험 가구’ 45만9000가구 중 20·30대 청년층 비중이 34.9%에 달했다. 2020년 3월 22.6%에서 5년 새 12.3%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기간 고위험 가구 중 중년층과 고령층 비중이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우리 경제의 허리가 돼야 할 청년층이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전락한 것이다.청년층 고위험 가구의 부채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3월 부채 규모를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3월 기준 318까지 치솟았다. 소득과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층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택 구입과 주식 투자 등을 하기 위해 대거 빚을 낸 결과다. 이자를 많이 내야 하는 신용대출 비중도 높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거나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더 취약한 구조다.청년층 부채 증가를 단순히 ‘개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근로소득만으로는 계층 이동 사다리를 오를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들을 ‘영끌’과 ‘빚투’로 내몰았다.금융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청년 부채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청년들이 빚의 무게에 눌려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포기하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청년층 채무 조정이나 이자 감면 같은 임기응변식 지원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청년들이 과도한 빚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할 사회적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청년미래적금&rsqu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