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석 < 아주대 교수 >

세계 경제는 WTO의 출범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국경없는 경쟁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소위 무한경쟁시대가 제조업분야는 물론 농업을 비롯한 1차산업과 각종
서비스산업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비하여 선진각국은 결국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우위 확보는 기술력에
있다는 인식을 토대로 미래 첨단기술의 총집합체인 정보통신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정보고속도로 계획에 이어 국가정보기반(NII)및 범세계정보기반
(GII)을 추진하는 것이나 유럽연합의 범유럽정보통신망(TEN)계획, 일본이
신사회자본개념하에 2010년까지 전일본을 광섬유로 연결하겠다는 계획들이
모두들 정보통신분야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추진
된다고 할수 있다.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에 대하여 선진국을 비롯한 우리나라 정부의
관심이 높은것은 이 기반의 조기 구축이 바로 도래하는 멀티미디어시대를
구현하는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를 추진하는 원동력은 바로 디지털 기술, 반도체 기술,
통신기술및 자료처리 기술 같은 정보기술(IT)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혁신은 다양하고 효율적 효과적인 정보전달 방법에 대한
이용자 욕구의 증대와 맞물려 다양한 산업간의 융합현상과 신직종 신산업의
등장을 초래하고 있으며, 범세계적인 경쟁시대의 대두와 함께 기업조직과
산업형태의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된다.

변화의 시작은 우선 대량 시장수요가 가능한 분야로 부터 시작될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일정한 단계가 지나면 거의 모든 산업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는 결국 대부분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미치는 정보통신부문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 정부는 다가오는 21세기를 대비하여 국가경쟁력
강화의 주요 수단으로서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중에 있다.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은 궁극적으로 "미래 멀티미디어 정보자원을
공유하는" 필수적인 수단인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구축과 더불어 고도화된
망을 활용하는 이용기반인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정보화를 동시에
도모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우리 나라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의 배경은 단순한 통신망
고도화라기 보다는 (1)소프트웨어,데이터베이스및 정보통신기기관련 국내
정보통신산업을 육성하고 (2)기술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3)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가사회정보화 추진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즉 전략적인 필요성에 의해 가능하면 국내 기술력을 총동원하여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되 이를 활용하는 민간부문의 시장수요가 활성화될
때까지 정부가 국가정보화를 통해 수요창출의 선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우리나라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계획이 처음 발표되고 추진
되어온 지난 1년동안 국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어 기본적인 추진방향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 정보화의 필요성과 정보통신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민간부문의 수요가 예측을 초과하여 급증하고 있어 수요창출
에 있어 정부부문의 선도적인 역할보다는 오히려 정부부문이 민간부문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WTO출범이후 국내시장에 대한 개방요구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개방대책과 정보통신정책의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지적은 그동안의 환경변화에 따라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네트워크구축은 한국통신의 민영화, 경쟁의 과감한 도입및 규제완화와
같은 통신정책의 변화를 통하여 민간부문에 역할을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
하다.

정부는 오히려 국내의 열악한 기술수준의 제고를 위한 기술정책,
데이터베이스(DB)나 소프트웨어(SW)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산업정책, 정부보유 정보의 DB화와 공개에 필요한 제도적인 제약을 풀어
나가는 정보화정책에 정책적인 초점을 두고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하겠다.

특히 급속도로 증가하는 고도서비스에 대한 민간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
하기 위해 그동안의 국산화만을 중시하던 기술정책에서 탈피하여 국내기술
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보다는 외국의 선진기술을 흡수, 습득하기 위해
국내시장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접근방식을 취해야 할것이다.

특히 (1)통신사업자의 민영화 (2)통신시장 개방화와 국제화 (3)초대형
통신사업자간의 패권 경쟁의 가속으로 대표되는 세계정보통신시장의 추세를
감안하여 통신시장의 개방이 본격화되기전에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의 대폭적인 완화를 통한 시장경쟁의
도입및 공정경쟁관련규제의 강화는 시급하다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