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석유화학회사인 옥시덴탈 케미컬사는 지난 93년 시카고근교의
경쟁업체를 인수할때 합병대상공장의 생산라인을 뉴욕주 북부 토나완다로
옮겨버렸다.

옥시덴탈 케미컬사의 듀레즈 공장이 있는 곳이다.

만만찮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전을 강행한 이유는 10여개의 계열공장중
듀레즈공장이 가장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고있었기 때문이다.

듀레즈공장은 페놀합성수지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최대의 고객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공장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이
우주왕복선의 소재로 사용되고있다.

종업원수는 3백25명에 불과하지만 근로자들은 국가적 차원의 우주계획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포드 크라이슬러 웨스터벤드등 미국굴지의 기업들도 듀레즈공장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을 사용하고있다.

1920년대초 설립된 듀레즈공장은 미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70년대까지만해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항공산업발달로 인한 시장수요의 확대도 한몫 거들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힘의 대결"양상을 보여온 이회사의 노사관계가
성장세에 제동을 걸었다.

73년 두번에 걸친 장기파업은 듀레즈공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작업장내 폭력과 해고의 악순환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전반적인 미국경제의 침체와 시장수요의 감소는 듀레즈공장을
폐업의위기로까지 몰고갔다.

80년대초 대량해고의 바람과 함께 공장내 3교대근무가 2교대근무로
줄어들었다.

공장주변을 둘러싼 악성루머는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공장이 계속 존립하기 위해선 대담하고 혁신적인 조치가 요구되고있었다.

사용자측과 노조집행부는 81년 공장을 살리기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정보공유와 원활한 의사소통,신뢰구축을 모토로 "품질관리프로그램
"을 채택했다.

처음에는 품질과 생산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했으나 노사협력프로그
램을 수립하는 활동의 비중을 점차 높여갔다.

83년부터 작업공정별로 노사공동위원회의 하부조직도 구성됐다.

최소한 한달에 한번은 생산활동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제안활동의
기회를 가졌다.

하부위원회는 생산의 효율성과 품질 안전과 작업환경등 현장의 모든
문제를책임졌다.

위원회는 어떤 이슈든지 자유로운 논의를 보장했다.

또 위원회가 해결해야할사안과 단체협상안건에 부칠 사안을 구분,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듀레즈공장을 대상으로 노사관계에 관한 논문을 작성한 나이아가라
대학교의척 스미드 조교수는 "하부위원회는 언제든지 상부위원회에
제안활동을 할수있었다.

공장장과 노조위원장등 5명의 노사동수로 구성된 "최고위원회"는
하부위원회의 제안을 검토,작업조직에 반영하는 역할을 했다.

위원회는 공장을 실질적으로 움직여나가는 추진축이었다"고 설명한다.

위원회의 활동이 강화되면서 87년부터 작업조직과 별도로 많은
위원회들이생겨나기 시작했다.

"서비스위원회"는 창고등의 공장내 비생산부서의 이익을 대변하고있었다.

실험실과 연구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구직 위원회"와 매니저와
엔지니어로 구성된 "지원 위원회"도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권익을
확보하고 현장참여를 강화하는 활동을 벌였다.

특히 "지원위원회"는 연간 수천달러의 비용을 절약할수있는 작업프로그램을
만들어냄으로써 다른 위원회의 모범이 되기도 했다.

또 플라스틱생산과정에서 양산되기 마련인 각종 산업폐기물을 줄이기위한
"폐기물 감소를 위한 위원회"도 구성됐다.

이위원회는 꾸준한 연구활동을 통해마침내 쓰레기발생량을 20%가량
줄이는데 성공했다.

"커뮤니케이션 위원회"는 공장내 18명의 근로자들로 구성됐다.

작업장내에서 격의없는 의사소통체계의 확립과 정보공유가 목적이었다.

공장내 사보도 여기서만들어졌다.

마이크 머틀 노조위원장은 "오늘날의 듀레즈공장이 있기까지 커뮤니케이션
위원회의 역할이 가장 컸다.

근로자의 고충처리와 의견수렴등 대부분은 이위원회를 통해 이뤄졌다.

한달에 한번씩 열리는 다른 위원회와는 달리 1주일에 한번씩 열리고
있다.

그만큼 활동이 왕성하다"고 강조한다.

특별한 경우에 구성되는 임시위원회도 있었다.

91년에 공장내 노후트럭의 처리를 놓고 고심하던 때가 있었다.

노후트럭은 연간 20만달러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골치덩어리였다.

이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임시위원회가 즉각 구성돼 분석을 해본 결과
15대의 새트럭을 구입하는 것이 비용측면에서 훨씬 낫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효과는 즉각적이이었다.

리 샘슨 공장장은 "듀레즈공장내 위원회의 역할은 공장의 성공과
직결돼있다.

노사공동위원회의 노력은 연간 20만달러에서 최고 50만달러의 비용절감효과
를 거두고있다.

간접적인 효과는 더욱 크다.

노사간 신뢰와 역동적인 작업장분위기의 조성은 돈으로 환산할수없는
엄청난 부수효과이다"고 평가한다.

듀레즈공장의 노사공동위원회는 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하지못해
거의 폐업지경에 이른 공장에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준 셈이다.

위원회의 활동이 중단되지않는한 듀레즈공장의 "작은 기적"도 계속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