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의 선물거래가 마침내 워밍업단계에 접어들었다.

내년초의 본격적인 거래를 위해 주가지수선물 시험시장이 지난 3일에
개설되었기 때문이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선물과 선물이 혼동되었으니 격세지감마저 들게
된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은 익숙하지 못한 것같다.

특히 최근 베어링은행의 파산으로 인해 선물을 오히려 두려운 기피대상으로
까지 여기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러나 선물은 금융의 선진화와 세계화를 위한 필수불가결의 상품이다.

이제는 소극적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 이용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선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절한 관리시스템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선물은 투자자들이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할수 있게 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주가 금리 환율등은 아무리 정교한 분석기법이나 전문가를 동원해도
그 정확한 가격예측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특히 거액투자자들의 최대 과제는 이 가격변동 위험을 어떻게
회피해 현물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저렴한 비용으로 달성할수 있는 방법이 선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선물을 이용해 위험을 회피시키려면 선물거래를 현물거래와 반대방향으로
동시에 행해야 한다.

한 예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 동시에 지수선물을 매도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주가의 하락(또는 상승)시에 현물에서의 손실(또는
이익)은 선물에서의 이익(또는 손실)으로 상쇄되어 전체로서의 주식포트폴리
오의 가치는 안정적으로 유지될수 있게 된다.

사실 선물없이 주식매매만 하는 것은 가격변동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선물은 일대일 대응의 거래이어서 위험회피거래를 행할때
반드시 그 위험을 수용하려는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이 상대방은 대개의 경우 자기의 기대하에 단기적 이득을 목적으로
거래하는 투기자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선물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기자들의 투기거래도 어느정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 점은 부동산 투기등으로 투기를 죄악시하는 우리사회풍조하에서
쉽게 용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선물투기거래를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을수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투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제도화되지 않은 투기는 근절하되 제도화된 투기는 시장의 활성화차원에서
어느정도 육성되어야 한다.

선물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투기거래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가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초기에는 안정성이 중요시되어야 하기때문에 투기거래의
비중을 다소 낮게하는 방향으로 제도마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위험회피기능이외에도 선물은 미래의 현물가격 예측기능과
주식시장의 효율성 제고기능등의 순기능을 갖고있다.

반면 도입에 따른 우려도 없지않다.

먼저 선물거래를 현물과 연계시키지 않고 그냥 선물거래만 했을
때의 높은 위험성을 들수있다.

선물거래는 현물거래보다 위험이 더 크기때문에 잘못 이용하면 베어링은행의
경우와 같이 이용기관의 파산까지도 초래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물거래에서 이러한 문제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선물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관련제도나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예를들어 칼은 분명히 위험한 도구일수 있다.

사람이 이를 잘 이용하면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올수 있지만 잘못
이용하면 생활의 위협을 초래한다.

칼 자체가 위험하다고 이를 비난하고 없애서야 되겠는가.

선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진다.

다음으로 선물과 현물의 연계거래로 인해 주가의 변동폭을 증가시킬
우려이다.

이 점에 대한 최근의 실증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보다
우세하다.

또한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감소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는데 이는
차익거래의 활성화로 오히려 증가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그러나 발생가능한 염려사항들에 대해 사전에 대처하고 선물의 순기능을
최대화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를위해 먼저 법적및 자율적 감독체계등이 잘 정비되어 감독관리소홀로
인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선물거래가 뿌리도 내리기 전에 먼저 비난을
면키 어려우며 이는 결국 후속의 금융신상품 도입에도 나쁜 영향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회원제도,전문적인 딜러육성및 선물회계제도등에 관한 사전준비도
가급적 빨리 행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이용기관들이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전산시스템의 미비점보완과 주식시장의 효율성제고를 위한
사전조치들이 행해져야 한다.

특히 주식시장의 부양이나 억제라는 말은 이제 사라져야 할 때다.

넷째는 거래개시 직후 실제자료를 가지고 현물시장의 유동성이나
가격변동에 미친 영향등을 분석하여 이를 선물의 제도변경이나 감독의
기초자료로 이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물산업은 이제 금융산업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서 국내금융의
선진화를 위한 주축산업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바람직한 국내선물체계의 구축을 위한 제반정책적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