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의 환투기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중인 은행감독원은
이번 사건이 외환딜러 1명이 딜링(매매)업무와 회계업무를 동시에
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으로 분석.

은감원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외환거래를 하면서 일시적으로 환차손을
볼수 있으므로 환차손 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같이 내부통제시스템
을 구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딜러 본인은 물론 경영진들도 책임을
물을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은감원은 이달초 수협이 외환거래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는 제보를
받고 7일 오후 6시 특검에 나섰을때만해도 손실규모가 이렇게까지 클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수협의 경우 외환거래를 할수 있는 한도가 2천만달러(약1백50억원)에
불과한데 수협의 자체 조사로만도 손실액이 한도를 초과한데 대해 거래
과정을 이해할수 없다는 모습.

특히 수협은 금융기관들이 매년 결산을 마치면 외환거래에 대한
평가손익상황을 은감원에 보고토록 되어있으나 지난 결산때 이를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한편 편원득은감원 부원장보는 "수협에 대한 특검은 상황파악이 마무리
될때까지 지속하겠다"며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환율변동폭이 심해
다른 기관들도 이같은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수협이외에는 큰 손실을 입은 곳이 없다"고 언급.

<>.수협중앙회는 외환거래담당자인 국제영업부 이남열과장(46)이 10일
출근하자 이과장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수협중앙회빌딩10층 감사실에
대기시키며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차단.

이는 이과장의 출근으로 사태경위가 파악되자 담당임원을 청와대 수산청
등에 보내 사건경과를 보고하는등 민첩한 행동을 보인것과는 대조적인
모습.

수협관계자는 "이과장이 출근한 것은 사실이지만 은감원의 특별검사를
받고 있는 상태이므로 인터뷰등에 응할수 없다"고 해명.

한편 수협중앙회는 은감원의 특별검사가 끝나는대로 조만간 이사회와
임시조합장총회를 열어 이번사태를 단위조합에 설명하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

수협관계자는 "은감원의 특별검사를 받은이상 어떤형태로는 손실보전을
위한노력을 할것"이라며 "경제사업에서의 수익을 높이거나 각조합에서
자본금을 더 출자하는 방법도 검토될것"이라고 전언.

이 관계자는 또 "80년국보위가 강제해직한 임직원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으로 지난 90년 무려 98억원의 손해가 났을때도 다음해인 91년에
영업이익을 1백억여원을 내 보전됐다"며 "앞으로 수익을 올릴일만
남은셈"이라고 말하기도.

<>.수협중앙회가 환거래로 1백71억원의 환차손을 본것으로 알려지자
농협과 축협도 유사한 피해가 없는지 점검을 하는등 부산한 모습.

농협중앙회관계자는 "그동안 환거래를 보수적으로 해왔기때문에 수협과
유사한 금융사고가 없었다"고 설명.

농협은 지난2월 딜링룸을 설치했고 외환딜러는 모두 4명.

이들에게는 1인당 하루2만달러 한달에 8만달러이상의 환차손이 날 경우
거래를 중단하는 손절매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수
있다고 농협관계자는 강조.

축협은 농협 수협과는 달리 지난 81년발족해 역사가 일천한데다 여유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환거래를 하지 않는 상태.

< 최명수기자 >

<>.산업 외환 조흥은행등 외화거래규모가 큰 은행들은 수협의 사고에
대해 "있을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래규모가 많지도 않은 금융기관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형은행의 경우 딜러당 손실한도와 투자한도를 정해놓는등 엄격한
통제장치를 갖추고 있어 수협같은 대형사고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외국통화거래를 하는 딜러(FX딜러)들의 경우 손실이 투자금액의
1%만 나면 즉시 처분토록 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재알.외환은행같은 경우는 딜러들의 거래현황을 별도의 팀에서 통제하고
있는등 이중삼중의 장치를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수협의 경우 외환거래경험이 적다보니 통제장치가 미약하지
않았나하는 게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은행들은 대형사고의 가능성이 적다며
수협의 연장선에서 자신들을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하면서도 통제장치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 외환딜러들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딜러가 맘먹기에 따라선 지금의 통제장치는 얼마든지 뛰어 넘을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이중 삼중의 통제장치가 있다해도 딜러가
숨기면 그만이다"며 "수협도 나름대로의 통제장치는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딜러들은 따라서 이번 사건을 국제금융시장에 정통한 전문딜러양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냉철한 판단이 기본인 딜러들의 세계에서 한번 실패를 만회하기위해
감정적인 배팅이 난무한다면 대형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수 있는게
국내은행들의 실상이라는게 이들의 얘기다.

특히 요즘같이 국제환율이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시점에선 무엇보다도
전문딜러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협의 경우도 약간의 손실만 감수했다면 대형손실은 막을수 있었다는
것이다.

딜러들은 오히려 "은행들은 그 보수적 속성으로 인해 환차손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노하우가 없는 기업들이 환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며 앞으로 수협같이 대규모 환차손을 입은
기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

< 금융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