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거나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젊은 여직원이 원두향 짙은 커피를
내온다.
한껏 여유를 즐기다 필요한 일이 생기면 직원들에게 귓속말로 몇마디
속삭이면 된다.
옆에 마련된 널찍한 회의실로 고등학교 동창들을 불러 가끔 모임을
갖기도 한다."
이것이 요즘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열고 있는 이른바 "VIP룸"의
풍경이다.
은행이나 투금사등 금융기관들은 고객차별화를 앞세우며 VIP룸
멤버스클럽 프레스티지클럽 골드센터 로얄센터등 다양한 이름이 붙은
거액예금자들을 위한 시설을 늘리는 추세다.
은행에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사람들에게 더많은 서비스를 제공
한다는 이유에서다.
부유한 거액예금주를 대상으로한 이같은 마케팅을 프라이빗뱅킹
(Private Banking)이라고 한다.
프라이빗뱅킹을 위해 설치된 VIP룸등의 공간이 프라이빗뱅킹센터가
되는 셈이다.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해 거액예금자들도 선뜻 이용하려
하지 않고 일부 은행은 공개조차 꺼린다.
그러나 금융자산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등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생기면서 이런 곳을 찾는 거액예금자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은행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금융기관에 맡겨 놓은 자금이 억대수준의 거액이라면 안정성 서비스
금리등에서 괜찮은 은행을 골라 자금을 집중예치,이같은 서비스를
이용해 볼만하다.
프라이빗뱅킹을 이용하면 우선 북적대는 창구에 줄서서 기다릴
필요없이 별도의 공간에서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수 있다.
프라이빗뱅킹센터에는 오디오나 비디오시설이 갖춰진 호텔수준의
방이 지점당 적게는 한두개,많으면 네댓개정도가 있다.
팩시밀리나 복사기등이 갖춰져 간단한 업무를 볼수 있게 해놓은 곳도
있고 제일은행무역센터지점이나 장기신용은행강남역지점처럼 각종
모임을 가질수 있는 회의실을 따로 마련한 곳도 있다.
여기서는 고객이 가만히 앉아있어도 배치된 전담직원이 모든 일을
해결해주는 "원스톱뱅킹"이 기본이다.
한미은행 청담동지점의 경우 공인회계사를 소장으로 임명하는 등 각
금융기관들이 세무 법률 금융전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을 배치,
자산운용에 대해 1차 상담하고 필요하면 세무사나 변호사의 조언을
무료로 받게 해준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조흥은행등은 대여금고도 무료로
제공한다.
물론 모든 거래에 대한 비밀은 보장된다.
생일축하 프로그램이나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기관도 있다.
신한은행은 특히 고객들이 전용룸을 개인사무실로 사용할수 있도록
했으며 부재중 전화메모 연락등 비서업무도 대신해준다.
프라이빗뱅킹 대상을 명시한 곳은 많지 않으나 대략 1억원안팎을
예금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의 퍼스트멤버스클럽,신한은행의 신한VIP멤버스클럽,씨티은행의
골드회원등과 같이 은행측에서 대상을 선정,회원제로 운용하는 곳도
있다.
프라이빗뱅킹을 제일 먼저 도입한 씨티은행은 방배동과 부산을
제외한 9개지점에 씨티골드센터를 개설,7,000만원이상 예치한 경우
골드회원으로 받아들인다.
이와는 별도로 초우량고객인 기업주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그룹"을
조직,단순한 자금운용차원을 넘어 기업의 자금관리운용,해외사업,해외증권
및 부동산투자,해외미술품구입등에 대해서도 컨설팅해준다.
국내은행들은 아직 프라이빗뱅킹을 도입한 초기단계로 대부분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으나 이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날 경우 외국처럼 수수료를
부과할 전망이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