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의 그린키퍼들이 가장 싫어 하는게 "골퍼의 운"이다.

92년 12번홀에서 프레드 커플스의 볼이 개울쪽으로 내려 오다가 멈춰서자
클럽측은 그 다음부터 그곳 잔디를 배이상 짧게 깍았다.

풀에 걸려 정지하는 꼴을 더 이상 허용 안하겠다는 의미이다.

버디가 가장 많이 잡히는 15번홀도 마찬가지. 15번홀의 그린주변 러프는
러프가 아니라 페어웨이잔디와 비슷하다.

짧으면 꺼꾸로 굴러 물속행을 만들고 길면 저 멀리 달아나라는 의미이다.

선수들은 15번홀 그린 주변 잔디가 마치 "갓난아기의 엉덩이"같이
매끄럽다고 불평한다.

각홀의 페어웨이 잔디도 티잉그라운드쪽을 향해 깍는다.

잔디결이 그린과 반대쪽이면 당연히 볼의 롤이 적다.

선수들은 잔디방향으로 인해 10야드는 손해 본다고 야단들이다.

그러나 클럽측은 마이동풍이다.

한술 더 뜨는 것은 핀의 위치이다.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고 그 벙커반대편으로 내리막인 위치에 핀을
꽂으면 사실상 버디가 불가능하다.

워낙 단단하고 빠른 그린이라 어느정도 공간적 여유가 있어야
버디추구가 가능한데 극히 타이트한 곳에 핀을 꽂아 "버디가 웬말"을
만드는 것.

매년 같은 장소이지만 이같은 "변화"로 인해 오거스타는 항상 "새로운
각본"을 꾸며내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