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계는 최근 일련의 부도사태를 최악의 상황으로 단정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광림기계 덕산그룹 삼신등 중견 중소기업의 부도사태가
줄을 잇는 데다 하루 30여개사가 쓰러지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주장한다.

부도사태가 끊이질않는 것은 금융기관들이 확실한 담보없이는 대출을
꺼리는데다 사채시장이 위축된데 기인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어음결제기간의 장기화로 판매대금회수가 갈수록 늦어지는
것도 자금조달을 어렵게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대출관행개선 소기업전담금융기관설립 신용보증여력확충등
과감한 대책없이 미봉책으로만 일관할 경우 연쇄부도사태는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소업계 일각에선 정부의 경제정책이 대기업중심으로 치우쳐 부도사태가
더욱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서 가구를 만드는 B사는 주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왔으나
부동산담보부족으로 최근 사채시장을 전전하고 있다.

하지만 사채전주들도 부도여파로 자금운용에 신중을 기해 돈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자금난과 부도여파로 기협중앙회의 중소기업공제기금 대출창구는
하루에도 수십명의 중소기업인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정책지원의 사각지대인 소기업들이 많다.

부도가 중견기업으로 확산되면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어음을
근거로 대출을 요청하는 일이 늘고 있다.

문승용 기협중앙회 기금업무부장은 "공제기금을 통해 상업어음할인을
하는 업체가 하루 평균 60개사 15억원에 이르며 거래상대방부도에
따른 대출요청도 2억~3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공제기금대출은 덕산그룹 부도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통상산업부가 최근 12개도시에서 중소기업육성시책 설명회를 열면서
받은 건의사항 2백19건중 대출제도개선등 자금관련내용이 31.5%로
가장 많은 것도 업체의 자금난을 반영하고 있다.

중소업계 내에서도 자금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좋고 재무구조도 좋은 업체들은 자금조달이 원활한 반면
정작 지원이 필요한 어려운 업체들은 자금갈증을 풀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도 만약의 부도사태에 대비해 튼튼한 업체에게만 경쟁적으로
대출, 자금편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매크로한 시각에서 접근하다보니 섬유 신발
가죽 식품 가구등 경공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구체적인 어려움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소업계는 자금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대출관행개선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국로프라스틱조합이사장은 "금융관행을 담보위주에서 신용및 사업성위주로
과감히 바꾸고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정부출연을 대폭늘려 보증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대기업과 중견기업등 부품을 발주하는 모기업의 결제기간을 지금의
90일이상에서 법정기일인 60일 이내로 단축토록 정부의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