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대로 단위사업장 노조들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노동부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주요사업장 노조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은
가장 낮다고 해봐야 한전의 14.6%로,대부분 15%를 넘어 높게는 20.27%(만도
기계)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임금인상안을 내놓은 10여개의 사업장들이 대부분 재야의
이른바"민주노총연맹 준비위"소속인 점을 감안한다 해도 이러한
요구율은 경총이 제시한 4.4~6.4%와 정부의 가이드라인 5.6~8.6%는
물론 노총(12.4%)과 심지어는 민노준(14.8%)이 내놓은 수준을 넘는
것이어서 사용자측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업장노조들이 이처럼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노.경총간의 중앙임금합의가 없어진데다 상급노동기관의 지도력에
공백이 생겨 심리적 구속력이 풀린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호황과 선거분위기에 편승한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을
법도 하다.

터무니없다고 해도 좋을 이같은 노조측 인상안은 지금 한창 "춘투"의
임금교섭이 진행중인 이웃 일본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춘투의 선봉격인 금속.조선.중기.전기노조 등은 고작 2~3%의 인상안을
놓고 사용자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돼가는 사정으로 보아 모든 업종의 인상률이 전후 최저치가 될 것
같다는 예상이다.

통상산업부가 우리기업의 임금동향을 외국과 비교한 자료를 보면
지난 몇년사이 국내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얼마나높아졌는지 실감할수
있다.

90~94년 제조업부문에서 한국의 명목임금상승률은 연평균 15.8%로
대만(9.7%)미국(3.2%)일본(2.4%)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따라 근로시간당 임금도 한국6.01달러,대만 6달러로 우리나라가
대만을 앞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실을 놓고 볼때 대폭적인 임금인상은 국내기업의 국제경쟁력저하
를 가속화시킬 것이 뻔하다.

엊그제 대통령도 경제계 대표들에게 임금이 우리경제의 중요한 변수임을
강조하면서 공익연구단이 내놓은 인상률 내에서의 타결을 특별 당부했다.

어렵기는 해도 노.사.정이 함께 노력만 한다면 올해 임금협상은
그리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미 200여개의 기업이 노사협력선언을 했고 최근 포철 근로자들이
당초의 8.75% 인상요구를 철회하고 회사측의 3%인상안에 동의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거듭 강조하건대 대기업노조는 갈수록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국가경제 전체를 헤아려 국민들이 납득할수
있는 합리적인 인상안을 제시하길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