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유인은 무서울것이 없다.

우선 "타성"이라는 숨막히는 허무가 두렵지 않고, 분주히 움직이는 세상속
에 덩그러니 놓여진듯한 "자아의 상실"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런 자유인이야말로 푸르름속에서 살려고 애쓰는 우리들의 이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는 두려움이 많다.

아니 적어도 나 자신은 그렇다.

어떤일을 실행함에 앞서하는 이런저런 생각은 "치밀함"이란 단어보다는
일상의 평안에 익숙함을 깨기 싫어하는 관성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갖는 노파심도 그 한 이유일 수 있으리라.

그런 단조로움에 청량제 역할을 하는 나의 취미는 많은 품질보증실
직원들과 함께하는 "Q는 품질의 영문 처사를 따옴"의 상행, 바로 그것이다.

우리 산악회는 "품질"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품질보증실 식구들로 구성
되어 있고, Q산악회란 명칭으로 정기 산행을 시작한지는 약4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준봉을 자랑하는 화려하고 높은 산부터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부드러움을 간직한 주위의 나즈막한 산까지 많은 산을 다녀왔다.

그러나 특정 산을 찾아가서 느끼는 경외감 보다는 일을 떠나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인간적인 만남의 시간에 더욱 큰 만족감을 느끼며 횟수를 더해
왔던것 같다.

언젠가 설악산 등반때 도중에 내린 폭우로 등반을 포기하고 장수대 인근
산장에서 점심밥만을 먹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던일, 작년 2월 강원도
백덕산 등반때 눈길을 헤치고 정상을 정복한후 미끄럼을 타고 하산할때 모두
엉덩이가 얼얼하고 동상에 걸릴뻔하기까지 할 정도로 힘들었던 산행들리
아름답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것은 바로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

Q산악회는 결성 초기에는 참여가 소극적인 직원들도 있었으나 지금은
품직보증실 전직원이 참여함은 물론 가족까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직원 가족들간의 친목교류의 장으로서도 의미를 더하고 있다.

우리 Q산악회 식구는 현품질보증실장 이신 김태신 상무와 박현용 이상
두분의 적극적인 후원하에 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와 이수찬부장, 강원구
차장, 신현식차장등 간부사원과 총무인 장인식 대리를 비롯해서 막내인
송영미 사원에까지 규모가 커졌다.

요즘은 맑은 공기속에서 밥을 지어먹는 기쁨을 즐길순 없지만 그 아쉬움을
자연보호활동으로 재우고 있다.

우리가 즐겨 찾는 산을 아들, 딸에게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
더욱 큰 마음과 진정한 사랑으로 산을 대하려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