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도 주가지수선물거래가 비록 시험거래이긴 하지만
시작된다.

한국증권학회가 신금융상품도입의 타당성연구결과로 주가지수선물도입을
권고한 이래 5년여의 치밀한 준비를 거친 결과가 이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재경원(구재무부)의 증권거래법및 관계법규의 개정,한국증권거래소의 한국
주가지수 200(KOSPI 200)선정과 각종 제도의 개발, 증권회사등 관계회사의
시스템개발, 교육 훈련등 복잡한 계획이 추진되어 왔다.

주식선물시장의 위험을 분산하거나 보전시켜 증권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
하고 실물과 선물시장을 균형 발전시키려는 의도로 도입된 주가지수선물
거래제도는 이제 세계주요증권거래소의 기본상품이 되고 있다.

선물시장의 개설을 늦추거나 제도를 어렵게 할 경우에는 해외에 장외시장이
생겨 본국시장을 압박하기도 한다.

싱가포르의 증권거래소는 일본보다 먼저 닛케이(일경) 225지수를 선물거래
대상으로 하여 재미를 보았고 일본정부가 선물거래규제를 강화하자 다시
싱가포르로 거래가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파생금융상품의 기본인 주가지수선물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헤지(hedge)
한다는 이론에도 불구하고 차익거래(arbitrage)를 통해서 투기적으로 운용
되기 때문에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영국의 베어링은행사건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오렌지 카운티의 파산이 선물거래의 잘못으로 일어났으며 전문영업을 하는
은행 증권회사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또한 일본도 선물시장도입초기에 외국증권사가 막대한 투기이득을 거두어간
사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 증권회사나 은행거래소 모두가 새로운 제도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새로 시작되는 주가지수선물거래제도의 시험운영은 이러한 제도
도입을 실질적으로 재검토하는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다.

이미 외국의 사례를 충분하게 검토하고 우리나라 금융여건과 증권시장을
감안하여 우리실정에 맞는 제도를 채택하였지만 시장상황의 급변에 대처하고
정보공시나 규제등의 시장관리방안을 보완하는 것이 이번 시험시장운영의
기본목적이다.

증권거래소측의 시험시장 개장방안을 보면 참가대상을 선별적으로 제한
하였고 투자한도도 제한설정하여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있다.

시장개설초기에는 시장참가자가 적어서 문제가 없지 않겠지만 일반투자자의
무분별한 참여를 막기 위해서 거래단위와 위탁증거금을 높인 것도 주목되는
일이다.

외국의 사례에 비해서 각종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시장개설초기에
일어나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거래원들이나 외국
참가자들은 다소 불편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주가지수선물거래는 매우 정치한 거래제도이므로 완벽한 전산시스템과
결제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최근 선물시장에서 볼수 있듯이 각종 신금융상품이 선물과 옵션을
이용해서 개발되어 신속하게 확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장관리와 운영
에도 주력해야 한다.

거래당사자의 문제인 베어링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날때에도 증권
거래소나 규제당국은 긴장하게 되는데 결제에 치명적인 장애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우려하여 우리나라에서의 선물도입을 연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외환 금리등 각종 금융상품의 선물거래와 상품선물
거래를 병행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같이 각기 다른 입장과 주장들은 가장 준비를 많이 한 주가지수선물거래
에 의해 시험을 받게 될 것이다.

시험거래라고 해도 실제로 거래하고 차금결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각종
거래제도를 재검토하고 시장운영과 관리를 정비하는 거래소측과는 별도로
각종 참여회원들도 자신의 거래시스템과 전문인력의 능력, 내부통제제도등을
시험할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청산거래를 통하여 장기간 휴장이 되는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시의 청산거래에 비해 선물거래가 과학적이고 선진적인 제도라고 하지만
세계각국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자칫하면 금융위기로 몰고 간다는 우려를
지울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도 증권거래소의 주가지수선물 시험거래시장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