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에 관한 정책은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얼핏 모순되는 목적을
함께 담게 마련이다.

한편으로는 신용정보의 이용을 활성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신용정보의
오용으로부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7월6일 시행목표로 "신용정보의 이용및 보호에 관한 법률시행령안"을
마련하겠다는 재정경제원의 계획을 접하면서 우리가 갖게되는 걱정도
바로 그같은 모순된 목표를 조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는데 연유한다.

시행령안에 따르면 개인이나 기업의 세금.공공요금 체납상황,경제관련
범죄자료등은 물론 금융기관과의 거래상황,현재의 소득과 재산,채무상태등도
신용정보업자가 제공할수 있는 정보 범위에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개인에 대한 정보는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두겠다고 한다.

정보의 이용확대와 정보의 보호라는 이 두가지 목적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다.

금융실명제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금융거래에 대한 비밀보장이
엄격히 지켜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신용정보에 관한 모든 정책은 이 두가지 상반된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켜 균형을 이루도록 하느냐에 초점을 두게 마련이다.

우리의 경우 작년에 신용정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부터 정부가
정보의 "보호"보다는 "이용"쪽에 더 비중을 두고있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사회에서는 지금 정보의 불법유통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터이다.

신용정보취급 허가업체는 현재로선 5개에 불과하지만 법적 규제체제의
점때문에 수백개의 불법업체들이 난립해 정보판매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개인에 관한 신용정보는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현대백화점 고객명단은 언제 본인이 원해서 지존파손에
넘어갔던가.

현실이 이럴진대 신용정보법이 프라이버시보호보다는 정보의 이용확대쪽에
중점을 두어 시행된다면 그 부작용이 어떠할지 뻔하다.

또 정보망의 확대 못지않게 구축된 정보망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해킹기법의 발전으로 완성단계에 있는 정부의 행정전산망도 해킹에
노출돼있는 형편이다.

신용정보의 상품화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면 아무리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한다고해도 법의 규제에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

법 이전에 정보취급기관 및 종사자의 보안의식을 강화시키는 일도
시급하다.

시행령에서나마 정당한 개인정보는 완벽하게 보호해주는 확실하고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