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 대 1백38".

이는 지난해 30인미만 영세중소기업의 임금을 1백으로 봤을때 5백인이상
대기업의 임금수준이 1백38임을 나타내주는 수치다.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 임금의 70%수준을 약간 웃돌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기업간 임금격차는 지난87년이후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심화되기 시작했다.

노사분규로 홍역을 앓은 호황업종의 대기업들이 노사관계안정을 위해
노조의 임금인상요구를 많이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노동부자료에 따르면 지난87년이후 93년까지 7년동안 10-30인미만 사업장의
임금인상률이 연평균 14.5%에 불과했으나 5백인이상 대기업의 인상률은
17.9%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지난86년까지만 해도 대기업임금의 90% 수준에 달했던 중소기업의
임금이 최근들어 70%수준까지 뚝 떨어졌다.

이같은 기업규모간 임금격차는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뿐 아니라 노동시장
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불능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임금을 마구 올리다 보면 그부담은 하청중소
업체나 소비자가 받게 된다.

이는 결국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임금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사회문제화될 소지마저 있다.

"시장지배력이 강한 대기업들이 이익이 났다해서 임금을 많이 올리면
중소기업근로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을 갖게해 노동시장의
왜곡은 물론 사회불안감과 위화감이 조성된다"(김성중 노동부노사협의과장)
는 분석이다.

최근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문제도 따지고 보면 기업간 임금
격차로 인한 노동시장의 왜곡현상 때문에 빚어진 일로 볼수있다.

임금격차문제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생산의욕을 상실케 해 정상적인
조업을 불가능하게 만들 소지가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천 남동공단내 기계부품생산업체인 S사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K씨(32)는 "동일하게 노동을 하고도 임금은 대기업에 비해 크게 떨어져
솔직히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저임금은 이밖에도 노사관계 악화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회사는 지불능력이 없는데 노조는 동종업종의 대기업 수준을 요구해 임금
협상이 쉽사리 타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인 S기계의 H사장은 "원청업체의 임금인상률이
높아지고 성과급지급이 많아질수록 노사관계가 불안해진다.

회사가 영세하고 지불능력이 충분치 않은데도 노조측에서 원청업체의
임금수준을 요구하며 강경하게 나올땐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상급노동단체인 한국노총에서도 조차 대기업의 고임금을 곱지않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노총의 이정식정책위원은 "기업간 임금격차가 벌어지면 노동자의
대동단결이 힘들어지고 노동계의 분열과 반목만 되풀이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노총이 지난해 노,사,정간의 사회적합의때 대기업 사용자대표로
구성된 한국경총에게 하도급 단가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김대모원장은 "독과점대기업의 선도적 임금인상은 노동조합의 집단이기주의
와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결합해 생기는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경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구조로는 정부가 나서 통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태다.

현재 각업체별로 지급되는 수당종류는 직무수당 자격수당 위험수당 정근
수당 통근수당 연월차수당 주택수당 결혼수당 월동수당 김장수당 연장근로
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등 수십가지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다 초과급여와 상여금 기말수당 연말성과급등 각종 특별급여까지
합하면 기업 마음대로 지급할수 있는 임금종류가 헤아릴수 없이 많아진다.

따라서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적정임금을 인상해줄 것을 권장해도 각종
수당을 신설등의 방법을 통해 편법인상을 하면 아무런 실효를 거둘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근로자 5백인이상 제조업체의 임금협약인상률이 7.9%를
기록했으나 각종 수당등을 포함한 실제상승률은 이보다 무려 11.0%가 높은
18.9%에 달한 것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김대모원장은 "산업현장에 평화가 깃들고 사회의 안정을 위해선 대기업
노사가 집단이기주의에서 하루빨리 탈피해 스스로 임금인상을 억제, 기업간
임금격자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의 독과점 체제로 돼있는 산업구조가 경쟁체제로 개선돼야
임금격차를 근본적으로 해결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