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가 정보사회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의 보급 이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기술적 진보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과 정보산업연합회 주최로 열린 다섯번째 멀티미디어 좌담회
에는 김창달종합기술금융사장 민경훈(주)두산정보통신사장 양승택한국전자
통신연구소소장 이충웅서울대교수(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가나다순)가
참석해 "멀티미디어와 정보기술"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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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달사장(사회)=다양한 능력을 갖고 있는 멀티미디어의 등장으로
개별적인 미디어인 TV 전화 팩시밀리등이 영향을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전체가 커다란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멀티미디어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정보기술(IT) 네트워크 기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NTT가 85년부터 총연장 3천4백km의 광섬유중계망을 완성했고 88년
부터 ISDN서비스를 미국보다 빨리 시작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정보기술분야에서 미국에 뒤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충웅교수=먼저 뉴미디어와 멀티미디어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컴퓨터 방송 ISDN과 같은 매체의 경우 새로운 것이 연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직적인 발전을 거치는 것이 뉴미디어입니다. 매체간을 뛰어 넘어
횡적으로 각 매체를 연결시키는 것이 멀티미디어입니다.

따라서 먼저 뉴미디어가 존재하고 후에 멀티미디어가 발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매체간의 연결은 컴퓨터가 하게 됩니다.

<>양승택소장=통신의 단말기는 인간의 오감을 충족시켜 주는 것입니다.
요즘은 인간의 두가지 감각이상을 만족시키면 멀티미디어로 봅니다.

그러나 인간의 오감을 확장한다는 의미의 진정한 멀티미디어는 아직도
우리 곁에 오지 않았습니다.

사용자의 뜻에 따라 동적으로 움직이는 단말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완성될 때 진정한 의미의 멀티미디어 구현이 가능합니다.

<>민경훈사장=매체 한개 이상이 서로 접촉을 하면서 의사전달이나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를 이용, 디지탈정보를 인터액티브하게 처리할
때 멀티미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앞서가고 일찍 시작한 일본이 뒤지는 이유를 살펴보면 미국은
IBM컴퓨터가 나오고 84년에 벌써 맥킨토시가 DTP(데스크 탑 퍼블리싱)를
소개해 그래픽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 있었습니다.

92년에 윈도즈3.1 표준규격으로 제정돼 본격적으로 멀티미디어가 PC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92년에 컴팩사가 IBM 호환기종을 싼 가격에 판매하면서 멀티미디어가 민간
부문에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민간부문과 산업부문의 수요를 창조할 수 있는 의식구조와
분위기를 일찍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정보화사회를 추진할 때는 이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교수=일본은 미국에 뒤진것에 대해 스스로의 문제 4가지를 지적
했습니다.

낮은 PC보급률, 디지탈화가 늦은 영상산업, 낮은 케이블TV 보급률로 인한
불완전한 네트워크,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기술의
후진성등입니다.

<>양소장=미국은 밑에서부터 위로(Bottom Up) 정보기술이 발달됐고 일본은
위에서 아래로(Top Down) 발전했습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필요에 의한 발명이 있을 수 없었지요.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코딩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가 있어야 소프트웨어가 만들어 지는데 탑다운방식으로는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점이 바로 일본이 실패한 요인입니다.

<>김사장=멀티미디어 구축을 위해서는 먼저 네트워크 완성에 자본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응용력 있는 소프트웨어도 많이 나와야 한다고 볼 때 소프트웨어를
집중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중견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양소장=이제는 정보화의 개념에 대해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한 조직이
정보화 되는 것은 단순한 조직내 전산화일 뿐이다.

전산화된 각 조직이 좌우로 연결될 때 비로소 정보화가 되는 것이지요.
기술적으로는 이것은 혁명이 아닙니다.

이것은 기술진화의 문제일 뿐입니다. 현재 가능한 기술적 진보는 현재
필요하지 않는 면도 있습니다.

각 조직 기관 개인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선결해야 광대역 통신망
을 쓸 수 있고 이때에야 비로소 멀티미디어가 가능할 것이다.

현재 가능한 인프라를 먼저 개혁해 나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이교수=우리나라 공과대학에는 몇년 전만해도 무선공학에 대한 강의가
없었고, 학생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남북대치상황으로 인한 전파통제 때문이었지요. 이로인해
학생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기업도 무선기술에 관심이 없었지요.

또한 연구환경이 좋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2년전에 비로소 체신부가
전파사용을 풀어주자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무선쪽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정보화사회에서는
유연하고 창조적인 인간이 정말 필요한 때가 된다고 볼때 앞으로는 창조적인
인간의 육성에도 진정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김사장=정보화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앞으로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민사장=앞으로 바람직한 발전방향으로 두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선비용이 너무 비싸므로 단기적으로는 투자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무선통신기반의 건설입니다.

또 우리나라 대기업은 하드웨어에는 집중적으로 투자하는데 반해
소프트웨어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연구소나 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죠. 앞으로 하드웨어와 동등하게
소프트웨어가 발전하지 않으면 우리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양소장=멀티미디어가 사용하기에 너무 복잡하고 어려우면 일반인들은
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일반인들은 단지 그들의 생각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 멀티미디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이 부분은 기술자들이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멀티미디어가 되려면 동적으로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갖춰야
합니다.

<>민사장=정보화사회는 개개인이 필요에 의해 멀티미디어를 사용했을때만
가능합니다.

현재 필요에 의해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경우 생산성이 매우
높지요.

즉 필요와 신속성 정확성등이 정보화사회를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지요.

<>김사장=일본의 경영자들이 미국의 빌게이츠나 몇몇 소프트웨어 업체
사장을 만나고 공포에 질렸다고 하더군요.

이는 일본이 미국 벤처기업의 유연한 사고를 따라 갈 수 없다는 것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양소장=일본이 종합정보통신망(ISDN)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이것은 성공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컴퓨터와 통신을 통합시키면 엄청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
했지요.

그러나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화상을 압축하는 기술이 당시에는 불충분
했습니다.

또하나는 ISDN의 속도가 화상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에 미치지 못했지요.
바로 이 관련기술을 한시라도 빨리 완성시켜야 합니다.

또한 이제 시작된 브로드밴드 ISDN은 세계가 모두 거의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어 이를 빨리 개발해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빨리 대중에게 멀티미디어를 인식시키고 빨리 시장을 창출해
기업들이 의욕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

<>김사장=멀티미디어와 관련해서 정보기술발전을 위해 보완해야할 점을
지적한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이교수=현재 멀티미디어 관련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무선
기술쪽의 인재양성이나 기술은 상당히 낙후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이 정보기술개발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무선쪽이 우리가 약했던 것은 무선기술이 어려워서가 아니고 정부의 규제
때문이었으므로 규제를 풀어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부가
지원만 해준다면 가까운 시일내에 선진국을 따라 잡을 수 있는 분야가
무선입니다.

<>양소장=우리 무선분야 후진성의 원인을 제도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제도적으로 각 기본매체에 걸려 있는 규제때문입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볼 때 규제완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규제완화를 통한
무선과 위성이 발전해야 통신의 근간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다음은 시장의 문제인데 지금까지 무선에 관심이 없던 대기업을 끌어
들이기 위해서는 시장에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 연구소가 화상회의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아 중소기업이 이를 지원을 받아 개발중인 상황입니다.

이를 보더라도 규제철폐를 통해 소프트웨어와 통신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미국은 아직도 기본통신부분은 규제를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이부분은 WTO가 시작되더라도 당분간은 우리내부의 독자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현재 세계 각국이 멀티미디어나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같은 시점에서 개발을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따라서 모두 기술이 비슷한 수준에 와 있다. 오히려 통신망의 디지탈화나
구성측면에서도 우리가 앞서있는 측면도 있다.

<>민사장=앞으로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봅니다. 현재 PC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1백50만대이상이 팔렸습니다.

시장규모가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전혀 새로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TRS시스템이 구축되고 있고 인터넷등을 젊은 세대들이 이용하고 있는 측면이
앞으로의 미래를 밝게 합니다.

따라서 국제화하는 추세에 맞춰 적절한 규제완화가 정보통신기술개발
분야에 필요한 것이지요.

< 정리 = 김도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