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총이 제각각의 올해 임금인상안을 내놓은데 이어 정부측도
21일 독자적인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임금인상 준거를 마련키 위해 구성된 공익연구단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예상했던대로 노총이 요구한 12.4%와 경총이 제시한 4.4~6.6%의
중간수준인 5.6~8.6%를 채택했다.

이는 지난해 노.경총이 합의한 단일임금인상안 5.0~8.7%보다 하한선은
다소 높아지고 상한선은 낮아져 대체적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지난 2년간 임금협상의 지침이 됐던 노.경총간의 중앙 임금합의가
올해는 끝내 이뤄지지 못한채 정부가 3년만에 다시 별도의 독자적인
임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게 된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단위 사업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던 중앙임금합의가 없어졌으니
올해 임금협상에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일은 못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전국단위의 합의라는 절차만 없을 뿐 사업장의 임금협상에 활용할
준거나 지표가 없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노사자율의 성숙된 협상능력을
발휘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의 입장이 모두 분명히 밝혀진 이상 이제 공은 개별 사업장으로
넘어갔다.

특히 중앙합의가 없는데다 노동단체의 분열이 노사관계를 다시 대립구도로
몰아갈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올해의 상황으로 보아 단위사업장
노사의 책임은 어느때보다 무겁다고 하겠다.

올해의 임금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개별사업장 노사에 다음 몇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상을 오래 끌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늦어도 6.27 4대 지방선거 막바지의 들뜬 분위기가 사업장에까지
밀려오기 전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엔고의 찬스를 살리기 위해서도 협상을 빨리 끝내
노사관계에 진정 새 지평을 열기 바란다.

그 다음 특히 경영여건이 비교적 좋은 대기업노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87년 이후 계속 심화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에도
눈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상대적 빈곤감을 심화시키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임금
인상은 자제되어 마땅하다.

최근 개별사업장을 중심으로 국민경제 전체를 내다보는 시각이
열리고 노사협력의 분위기가 확산돼가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임금안정과 노사협력이 국민경제의 경쟁력확보에 필수적이라는 논리는
이제 더이상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임금협상의 주역이 될 수 밖에 없게 된 개별기업의
노사에 있어 올해야말로 그러한 논리는 더욱 긴요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