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86엔까지 곤두박질쳤던 달러는 90엔대를 회복하여 잠시나마 이
정도의 수치에서 안정을 찾는듯 싶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적자가 앞으로도 적자를 계속하는한 달러의 약세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의 약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달러=360엔의 고정환률이 흔들리기 시작했던 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미국의 무역적자가 30년 가까이 줄곳 잇따랐다는데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의 금보유량이 해마다 줄고만 있었으므로 미국정부는 마침내
금태환정지선언 (71년)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73년에는 변동환률제로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같은 과거의 경험과 현재 전개되고 있는 추세는 앞으로도 달러가 약세
행진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라는 것을 예언할 수 있게 한다.

특히 G5재무장관들은 소위 플라자합의 (85년)를 마련하여 당시의 1달러=
240엔대에 머물러 있던 시세를 미일간의 구매력평가수준이라고 평가되던
1달러=1백80엔대로의 엔절상을 합의했으나 환율은 이보다 훨씬 더 절상되어
120엔까지 치솟았다.

엔화강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일무역적자가 줄기는 커녕 더욱 늘기만
하여 급기야는 미국의 상징이랄 수 있는 록펠러쎈터가 일본의 미쓰비시에
팔렸는가 하면 뱅크아메리카의 본점 건물이 스미토모에 팔려 나가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미국의 자존심은 크게 손상됐고 미국은 그간의 전략을 수정, 엔약세의
길로 방향을 바꿨다.

1달러당 엔시세가 120엔 일 때도 무역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환률이 1백
30엔 1백40엔 그리고 1백70엔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 적자가 줄기를 기대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은 다시 "엔강세 전략"쪽으로 방향을 선회, 100엔까지 몰고 왔으나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여전히 줄지 않았다.

93년엔 5백93억달러 94년엔 5백98억달러까지 늘기만 한데다 설상가상으로
멕시코 페소화 폭락과 미국의회에서의 재정균형법안 부결로 1백엔대 붕괴의
방아쇠가 당겨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국제수지적자는 클린턴행정부의 노력으로 작년에는 약 1천억
달러선까지 줄일 수 있었으나 클린턴 정부이전인 부시행정부 아래선 3천억
달러를 헤아릴 때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를 팔고 강세통화인 엔화나 독일 마르크화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비미국인이 보유한 미화만도 약1조5천억달러를 웃돈다.

94년 한해동안만도 1천2백억달러에 육박한 무역흑자를 낸 일본인들이
볼 수 있는 환차손을 피하려 할 것이고 따라서 엔이나 마르크화에 대한
선호는 계속될 것이다.

일본기업들은 1,2년안에 엔이 80엔대까지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80엔선에서
채산을 맞출수 있도록 리스트럭춰링(기업재구축)에 지금부터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대일본적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엔강세를 막는 것은
미국의 달러저 엔고에 의한 일본두둘기기 전략은 한계가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달러약세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무릇 달러약세의 도식을 재정적자->국민생산을 초과하는 국민소비->국제
무역수지적자->달러약세로 이어진다고 보면 달러약세의 저지는 재정균형을
이룩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긴축정책은 경제불황을 불러와 클린턴대통령의 재선을
어렵게 할뿐만 아니라 군사비를 대폭 삭감하게 하여 그파장은 주한미군의
철수에까지 미칠 수 있고 이는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영향력) 전략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

지금 한창 회자되고 있는 엔고전략에 의한 일본두둘기기 음모설의 진위를
가릴 수는 없으나 달러약세가 잇따르는 한 누구나 달러화를 기피할 것이고
이에따라 달러화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점차 상실할 것이 뻔한 노릇이므로
이역시 팍스 아메리카나에 큰 흠집을 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미국은 "엔고-달러약전략"을 계속 밀고 나갈 수도 없고 달러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전통적인 긴축정책으로 1백80도 전환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어찌됐건 우리로서는 엔고에 따라 일본제품들과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데는
유리한 점도 있지만 소재 부품등 일본으로부터의 수입가격상승으로 불리한
점도 적지 않아 엔고를 무조건 환영만 하기는 어렵다.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때마다 한국수출이 늘었다는 과거의 경험은 한국
경제가 엔고의 혜택을 톡톡히 입게 될것으로 기대되기도 하지만 일본기업들
의 엔고를 이기려는 리스터럭춰링과 이에의한 상쇄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기업들도 이에 맞설수 있도록 만반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환차손에 대한 대비도 빠짐이 있어선 안되겠지만 지금까지 달러화만을
기축통화로 매달리던 타성을 탈피하여 엔화및 마르크화등 믿을 수 있는
통화들을 다양하게 보유하려는 통화체제와 정책이 아쉽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