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독자다.

지난 2월27일자 신문보도에 따르면 재경원은 한국은행법및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한국은행 직원들의 대출청탁 금지등 청렴조항을 신설
하는 한편 증권회사 임직원의 주식매매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은 개정하지
않기로 하였다 한다.

이 금지조항은 증권회사(관계기관 포함) 임직원이 업무의 특성상 다른
참여자에 비해 각종 정보를 손쉽게 또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선취매 등을 통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봉쇄
하려는 목적으로 10여년전에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증권회사 임직원은 금융산업의 첨병이 아니라 언제든지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집단으로 인식되어 인격적인 모독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선의의 투자기회마저 봉쇄당한 상태다.

하지만 그간 금융실명제의 실시가 유보되어 온 관계로 사실상 증권회사
임직원들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차명계좌등을 통하여 주식을 매매할 수
있었음에 비추어 이 금지조항의 효력은 사실상 정지상태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조항의 취지가 부당한 이득 방지에 있다면 이는 금융실명제가 정착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누가 당해 계좌의 주인인지 또 당해 계좌를 통해 부당한
거래가 행해지는지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만약에 그런 조항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면 주식매매금지대상에
재경원 직원들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각종 금융정책을 주관하고 있는 재경원 공무원들이 부당한
이득을 챙길 가능성은 증권회사 임직원에 비해 훨씬 크므로(알려지기로는
재경원의 증권업무 담당자들은 당해 업무에 종사하는 동안에는 증권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한다 하나 동일부처내의 근무경력이나
각종 안면등에 의한 내부정보의 부당한 이용 가능성이 큼) 재경원 공무원
전체를 법상 당연금지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하겟다.

한편 재경원을 비롯한 중앙경제부처 공무원들이 일반국민보다 훨씬 쉽게,
그리고 거액의 대출을 받고 있다는 것과 각종 대출 청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금리인하설이나 각종 규제완화설등 주식시장을 둘러싼 각종 루머의
진원지가 재경원을 비롯한 정부당국인 것도 증권시장 관계자에게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재경원 공무원들은 금융및 증권에 관한 정책 입안이나 법규 마련시 엉뚱한
발상으로 금융기관 종사자를 욕되게 하지 말고 부처이기주의를 떠나
국리민복을 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안구용 < 서울 노원구 중계4동 현대아파트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