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새지평을 열자] (12) 노조의 타사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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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은 지난해 4월6일 울산 석유화학단지내 업체가운데 가장 먼저 임금
협상을 마쳤다.
이 회사의 임금타결률은 5%였다.
그러나 같은 공단내 동종업체가 임금협상을 모두 끝냈을때는 유공의
타결률이 가장 낮았다.
당시 임협을 체결한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불신임을 받고 물러났다.
울산 석유화학단지내 노조들은 올해 가능한한 임협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나서면 손해만 보고 오래 버틸수록 더 높은 임금인상률을 얻어낼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조집행부는 지난해 임협시기를 그룹내 다른계열사들의
임단협이 끝나는 8월말로 잡았다.
이회사 노조는 임단협때마다 다른계열사들을 선도해가면서 고생끝에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실제적인 이득은 뒤이어 임협을 타결지은 다른
계열사에 돌아갈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업장 노조들은 임금교섭 때 조합원의 생계비나
사측의 지불능력을 고려하기 이전에 그룹 계열사나 같은 지역 혹은
동종업계 업체들의 임금교섭선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로인해 개별사업장이나 노조집행부는 공개할 수 있는 협약타결률만을
발표하고 기타 노사간에 합의된 임금관련 사항은 대외비수준으로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사측은 타회사와 비교될 경우 같은 지역이나 동종업계의 최고수준의
요구를 받게될까 두려워하고 노조집행부도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구설수에 휘말리기 싫어서이다.
실제로 노동부 혹은 각급 노동관련연구원에서 각 기업별 임금인상률에
관한 구체적인 통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측은 물론 노동조합도 자료를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협약인상률 정도는 집계할수 있으나 개별 문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기타 특별상여금 성과급 체력단련비 효도.휴가비등 각 개별사업장이
행한 기본급외의 다른 임금부문은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임금선도업체로 분류되는 대기업의 자료입수는 더욱 어렵다.
타사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임금인상억제를 당부한 정부당국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이 조합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도 할수 없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지난해 연말 성과급 1백%를 지급하면서 사원들에게 대외비로 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인천 J사 L사장은 털어놨다.
임금협상 과정에서 개별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지역이나
동종업계의 사례만을 준거로 든다면 노사는 항상 소모전을 벌이게 된다.
아직까지도 지난해 단협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창원의 D사. 지난
1월 중순 단협을 위한 협의를 갖던 노사양측은 또 한번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H사에서 설날을 앞두고 여비를 주는 모양이데요. 부담스러우시겠습니다"
는 위원장의 말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날 협의는 성과없이 끝났다.
창원의 다른 S사. 사측도 타사업장 눈치보기에 피해를 당한 사례다.
사측은 임금수준이 동종업계 전국 평균이상이라고 주장한반면 노조측은
창원공단내에서 최하위수준이라며 맞섰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해 파업이라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노조는 임금이 더높은 동종 동지역 타사의 사례를 찾고 사측은
반대사례를 찾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는게 우리 사업장의 현실이다.
이강성교수(삼육대)는 "임금협상이 노사어느쪽이든 한쪽은 반드시
손해보는 "제로섬"(Zero Sum)게임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야한다.
임금협상은 1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계속된다.
때문에 개별사업장의 독특한 여건을 고려한 협상만이 소모전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지역일지라도 호황업종과 불황업종의 사정은 분명히 다르다.
또 같은 업종의 경우에는 경쟁사의 매출증진은 자사의 매출감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개별사업장의 노사문제는 개별사업장 노사가 그 특수성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공유하고 서로의 입장을 주장할 때 임.단협은 내실을
더할 수 있게 된다.
최근 경총이 제정한 "보람의 일터 대상"을 수상한 두산음료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2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해 노사협력으로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노조집행부는 회사가 적자에 시달리자 지난해 "회사 사랑하기 운동"을
펼치며 임협을 포기하고 임금인상률을 회사측에 일임했다.
노조의 이런 협조로 지난해 흑자경영을 달성한 경영진도 당초 주총이
끝나고 흑자가 확인되면 주겠다는 약속을 앞당겨 지난 1월말 설날
직전에 50%성과급을 지급했다.
"집행부가 "어용"시비를 겁내서는 안된다. 결과에 자신이 있으면
자리를 걸고 실행에 옮겨야한다"(김병기노조위원장)
"회사가 어려울 때 경영방침을 믿고 따라준 조합원들에게 미리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주주들도 이해할 것이다"(한일성사장)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속담도 있지만 중요한것은 개별사업장이 처한
현실이라는 점을 노사모두가 깊이 명심해야 할것이다.
<특별취재팀>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8일자).
협상을 마쳤다.
이 회사의 임금타결률은 5%였다.
그러나 같은 공단내 동종업체가 임금협상을 모두 끝냈을때는 유공의
타결률이 가장 낮았다.
당시 임협을 체결한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불신임을 받고 물러났다.
울산 석유화학단지내 노조들은 올해 가능한한 임협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나서면 손해만 보고 오래 버틸수록 더 높은 임금인상률을 얻어낼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조집행부는 지난해 임협시기를 그룹내 다른계열사들의
임단협이 끝나는 8월말로 잡았다.
이회사 노조는 임단협때마다 다른계열사들을 선도해가면서 고생끝에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실제적인 이득은 뒤이어 임협을 타결지은 다른
계열사에 돌아갈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업장 노조들은 임금교섭 때 조합원의 생계비나
사측의 지불능력을 고려하기 이전에 그룹 계열사나 같은 지역 혹은
동종업계 업체들의 임금교섭선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로인해 개별사업장이나 노조집행부는 공개할 수 있는 협약타결률만을
발표하고 기타 노사간에 합의된 임금관련 사항은 대외비수준으로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사측은 타회사와 비교될 경우 같은 지역이나 동종업계의 최고수준의
요구를 받게될까 두려워하고 노조집행부도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구설수에 휘말리기 싫어서이다.
실제로 노동부 혹은 각급 노동관련연구원에서 각 기업별 임금인상률에
관한 구체적인 통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측은 물론 노동조합도 자료를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협약인상률 정도는 집계할수 있으나 개별 문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기타 특별상여금 성과급 체력단련비 효도.휴가비등 각 개별사업장이
행한 기본급외의 다른 임금부문은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임금선도업체로 분류되는 대기업의 자료입수는 더욱 어렵다.
타사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임금인상억제를 당부한 정부당국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이 조합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도 할수 없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지난해 연말 성과급 1백%를 지급하면서 사원들에게 대외비로 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인천 J사 L사장은 털어놨다.
임금협상 과정에서 개별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지역이나
동종업계의 사례만을 준거로 든다면 노사는 항상 소모전을 벌이게 된다.
아직까지도 지난해 단협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창원의 D사. 지난
1월 중순 단협을 위한 협의를 갖던 노사양측은 또 한번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H사에서 설날을 앞두고 여비를 주는 모양이데요. 부담스러우시겠습니다"
는 위원장의 말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날 협의는 성과없이 끝났다.
창원의 다른 S사. 사측도 타사업장 눈치보기에 피해를 당한 사례다.
사측은 임금수준이 동종업계 전국 평균이상이라고 주장한반면 노조측은
창원공단내에서 최하위수준이라며 맞섰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해 파업이라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노조는 임금이 더높은 동종 동지역 타사의 사례를 찾고 사측은
반대사례를 찾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는게 우리 사업장의 현실이다.
이강성교수(삼육대)는 "임금협상이 노사어느쪽이든 한쪽은 반드시
손해보는 "제로섬"(Zero Sum)게임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야한다.
임금협상은 1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계속된다.
때문에 개별사업장의 독특한 여건을 고려한 협상만이 소모전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지역일지라도 호황업종과 불황업종의 사정은 분명히 다르다.
또 같은 업종의 경우에는 경쟁사의 매출증진은 자사의 매출감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개별사업장의 노사문제는 개별사업장 노사가 그 특수성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공유하고 서로의 입장을 주장할 때 임.단협은 내실을
더할 수 있게 된다.
최근 경총이 제정한 "보람의 일터 대상"을 수상한 두산음료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2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해 노사협력으로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노조집행부는 회사가 적자에 시달리자 지난해 "회사 사랑하기 운동"을
펼치며 임협을 포기하고 임금인상률을 회사측에 일임했다.
노조의 이런 협조로 지난해 흑자경영을 달성한 경영진도 당초 주총이
끝나고 흑자가 확인되면 주겠다는 약속을 앞당겨 지난 1월말 설날
직전에 50%성과급을 지급했다.
"집행부가 "어용"시비를 겁내서는 안된다. 결과에 자신이 있으면
자리를 걸고 실행에 옮겨야한다"(김병기노조위원장)
"회사가 어려울 때 경영방침을 믿고 따라준 조합원들에게 미리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주주들도 이해할 것이다"(한일성사장)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속담도 있지만 중요한것은 개별사업장이 처한
현실이라는 점을 노사모두가 깊이 명심해야 할것이다.
<특별취재팀>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