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의 재고관리를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자사직원들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던 재고관리가 오차율이
높고 점포가 문을 닫은 야간에 일을 해야 했던 것과는 달리 전문대행사들은
과학적인 실사로 신뢰도가 높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어 신종유망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재고관리 전문대행사는 편의점의 등장과 함께 생겨나기
시작,현재 코리아인벤토리서비스 샘비즈니스 송정유통 아름실업 등 5-6개
업체가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샘비즈니스는 93년부터 훼미리마트 3백여개점의 재고관리를 대행하며 연간
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로 중북이부 점포를 대상으로 3개월에 1번꼴로 재고실사를 하는데
용역비용은 30만원선이다.

이회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아예 훼미리마트의 가맹점 두 개를 인수,
직원들을 매장운영과 재고실사파트에 번갈아 근무시킴으로써 실무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컴퓨터프로그램개발업체인 송정유통은 일본의 시스템리서치사와 공동으로
로손의 종합정보시스템(TIS)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태인유통과 인연을 맺은 뒤
작년 9월부터 재고관리 대행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송정유통은 한 팀당 4-5명으로 구성,386PC기능을 가진 핸디터미널을
사용하여 실사를 하고 있다.

용역비용은 15-20만원이다.

코리아인벤토리서비스도 작년 하반기부터 50여개 세븐일레븐 점포의
재고관리를 대행하고 있는데 용역비용은 월 70건 미만일 경우 건당 32만원,
이상일 경우엔 28만원을 받고 있다.

이회사는 금년 상반기중으로 대형 서점과 계약,재고관리업무를
타업종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미니스톱은 아름실업에 바이더웨이는 이성회계사에 재고관리 대행을
맡기고 있다.

재고관리대행사들이 늘어나는 것은 국내 유통업계에도 "재고는 곧 현금의
사장"이라는 인식하에 과학적인 점포관리와 전문분야별 독립법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처럼 지가가 높은데다 가격파괴업태의 등장에 따른 경쟁국면에선
로코스트(Low Cost)운영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자산의 효율성이 중요한데 정확한 재고조사는 재고회전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점포운영에 따른 손실(Loss)를 줄이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매출이 3천만원인 점포의 경우 재고회전율이 1이라면
3천만원어치의 재고를 가져야하지만 재고회전율이 3이라면 1천만원어치만
가지면 되기에 월 2천만원의 금리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재고관리대행사들은 수적 증가에 비해 아직 안정적인
수익기반이나 전문성의 확보를 못하고 있다.

로손의 김광호상품부장은 "가맹점의 재고조사를 본사가 했을 경우 점주들이
조사결과를 믿지않아 외부용역을 주게 됐다"며 재고관리대행업이 과학적인
관리의 필요성보다는 본사와 가맹점간의 불신을 없애는 편법으로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샘비즈니스의 최종호이사는 "전문성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수주량이 많아야
하는데 기존 거래사들이 경쟁사로 정보가 누출되는 것을 우려해 복수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코리아인벤토리서비스의 정창무사장은 "실사기술의 전문성 확보는 물론
그결과를 점포운영에 대한 컨설팅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경쟁력이
길러진다"고 평가했다.

업계관계자들은 국내 재고관리대행업의 발전은 무엇보다 유통업체의
최고경영자들이 제조업식 경영관리나 조직관리 대신 상품의 흐름을 중시하는
유통마인드를 가져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