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8동 1546인근 공터.

최근들어 이곳에는 쓰레기를 태우는 고약한 냄새가 공터전체를 뒤덮고
있어 체조등 아침운동을 하는 주민의 활기찬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실제로 이 곳엔 최근들어 땅을 파내거나 식용유통등에다 쓰레기를
태우는 사례가 빈발,주민들이 골치를 앓고있다.

또 지난 5일 신림본동 모연립주택은 화재가 난 듯 담벼락이 시커멓게
변해있다.

골목길을 따라 가면 이같은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변에는 온통 타다남은 종이와 플라스틱 병등이 나뒹굴고 있어 자칫
쓰레기적환장을 연상케 하고 있다.

"새벽이나 밤늦은 인적이 드문 틈을 이용해 이렇게 쓰레기를 갖다 몰래
태우고 있습니다. 그을음으로 집이 흉칙하게 되는건 둘째치고 불이라도
나면 어떡합니까"

이 연립주택에 살고있는 주민 이여준씨(52)의 하소연이다.

심지어 마포구 공덕동 마포현대아파트 인근 노후주택밀집가에서는
한낮인데도 주민들이 좁은 골목길 남의 집처마밑에서 철제깡통에다
쓰레기를 태우기도 했다.

이같이 쓰레기종량제 실시이후 쓰레기를 몰래 태우는 사례가 서울시내
주택밀집가에서 빈번히 발생,주택가의 대기오염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화재사고의 위험마저 안고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는 쓰레기봉투값을 아끼기위해 쓰레기를 모았다가 한꺼번에 태우는
것으로개중에는 플라스틱이나 코팅 종이 합성비닐계 쓰레기를 태운
흔적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봉천8파출소 류제춘부소장은 "불법소각이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이뤄져 단속이 여의치 않고 또 잘알고 지내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어서 주민들의 신고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봉천동 쑥고개시장의 한 상인은 "봉투값을 아끼려 쓰레기를 태우기도
하지만 PET병이나 스티로폴등을 청소차량이 제대로 수거하지 않는데도
있다"며 쓰레기의 철저한 수거를 당부했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은 폐유 합성수지 고무 피혁등을 불법소각하는
경우 2년이하의 징역형 또는 2백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으나
폐목재 종이등을 불법소각하는 행위에 대한 조치는 현재 마련돼있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로 쓰레기종량제 실시이후 지난 1월말 현재 서울지역에서 쓰레기를
불법소각하다 단속에 걸린 사례는 모두 25건.

이중 합성수지를 소각한 H종합건설(구로구독산동)만 경찰에 고발조치했을
뿐 나머지 24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못했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밝혔다.

시관계자는 "최근에는 생활쓰레기를 불법으로 태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오히려 이부분에 대한 단속강화를 위한 법적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