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시대를 맞이하여 대기업의 경제력집중현상이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장
하고 경제적인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하여 정부는 이를 시정해 산업조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신산업정책을 다듬고 있는 것 같다.

경제력집중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대기업과 그 집단이 갖는 국민경제적
위상은 규모경제의 논리라고 하는 긍정적인 효과와 독점경제의 불공정논리
라고 하는 부정적인 효과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물론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하여 기업은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라고
하는 현대사회의 구조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그 규모의 확대를 통한 적정
규모의 논리로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이 시설투자나 연구개발투자에 의한 규모확대보다는 소유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규모논리의 장점과 함께
지배논리의 폐단에 의한 산업조직의 모순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국민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자유로운 시장구조에서 최적의 시장행동으로 최대의 시장성과를
올릴수 있도록 이같은 산업조직의 3대요소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산업조직은 몇몇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내지 과점함으로써
시장성과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적지않다.

여기에 바로 대기업의 독점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가 자원의 최적배분논리
를 외면한다고 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30여년간의 짧은 기간에도 세계적인 고도성장을 달성해 GNP규모면
에서는 이제 선진국을 내다 볼수 있는 위치에 와 있다.

물론 그 고도성장 과정에서 산업구조와 산업조직 이 불균형적으로 형성되어
사회적인 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조세정책과 사회정책으로 시정할수 있기때문에 가장
중요한 산업정책은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달성할수 있는 국민경제의 틀을
유지시키고 그 원동력인 기업을 더욱 육성하는데 중점을 두어야할 것이다.

특히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를 맞이한 우리기업은 최적생산을 위한 규모
경제의 논리와 업종전문화와 다각화를 위한 범위경제의 논리를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종래의 제1의 생산요소인 토지 자본 노동뿐만 아니라 기술 정보
지식 등 제2의 생산요소를 동시에 결합시킬수 있는 융합경제의 논리를
충분히 살릴수 있는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를 맞이하여 한국경제는 신흥공업국 상호간의 경쟁과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등 신신흥공업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국내적인 불공정거래문제보다는 국제경쟁력의 강화라는
차원에서 세계시장에서의 규모경제논리를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몰려 있으며 재벌왕국을 연상시키는 일본은 최근 거품
경제이후의 불경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기업의 새로운 세계전략을 세우고
있다.

일본행정개혁추진본부산하의 규제완화검토위원회는 대기업그룹의 지주회사
에 대한 규제폐지를 건의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 발표한바 있다.

일찍이 재벌을 해체했던 그 일본이 지주회사부활의 허용과 대기업주식보유
제한의 철폐등 대기업의 다각경영의 장점을 살리려고 하는 것은 새로운
세계경제의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새로운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수 있다.

반면 우리는 세계화시대를 맞이하고서도 종래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업종전문화정책과 경제력집중억제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종래와 같이 대기업이 정부의 고도성장정책의 그늘속에 안주하려고
한다면 공정거래법을 발동하여 건전한 산업조직의 바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을 길들이기 위해 각종 경제행정규제를 동원하거나 내부거래
조사나 세무조사 등을 실시하는 것은 세계화시대의 국제경쟁강화라는 차원
에서 문제가 있다.

종래 우리의 기업형태와 기업유형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개인회사와
주식회사, 또는 민간기업과 국영기업, 혹은 오퍼상과 종합상사라고 하는
상호대립적인 존재양식의 신이중구조(new-dual structure)로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21세기의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한 우리의 산업구조와 산업조직은
종래의 신이중구조를 상호보완적인 계열화(생산 판매 자본 등)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새롭게 짜여져야 하며 이는 곧 정부의 신산업정책으로 구체화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산업공동화가 심화되면서 세계적인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을 탈출한 거대한 동아시아 자회사들이 우리의 새로운
경쟁상대가 되어 대미일수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때문에 이제 우리는 산업구조를 조정하여 더욱 고도화시키고 세계경제의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할수 있는 세계적인 규모의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속에서 오늘의 대기업들도 이제 그 규모에
어울리는 책임의식을 스스로 갖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어야 하며 항상 소유의
확대보다는 규모의 확대에 의한 국제경쟁력의 강화로 국민경제의 발전에
앞장서야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도 국정의 기본방침인 세계화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전근대적인 각종 규제정책을 완화하여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힘써야 할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제 대기업의 변칙적인 상속이나 편법적인 소유확대에
대해서는 규제하더라도 강제적인 방법보다는 행정규제의 완화와 세제개혁을
통하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를위해 금융지원은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도
적극 확대해야 할것이다.

특히 정부는 대기업 스스로가 주식을 처분하고 분산시켜 그 자본으로 자기
기업에 대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하여
대기업의 규모는 더욱 커지되 소유는 분산되도록 유도하는데 신산업정책의
목표를 두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