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가 세계 주요 외환시장에서 사상 최저수준까지 떨어지는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는 지난 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93.85엔까지
떨어졌다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2차대전
이후 최저치인 94.10엔을 기록했다.

달러화의 약세는 마르크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같은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지난 2년반동안에 최저치인 달러당 1.4250 마르크로
거래를 마감했다.

그러면 이번 달러화 폭락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근본원인이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라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에 대한 지속적인 무역수지 적자로 해외유출된 달러화가
미국의 재정적자 누적으로 인한 고금리를 노리고 다시 미국으로
환류돼온 것이 그동안의 기본적인 자금흐름이었다.

어떤 계기로 이같은 자금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환율변동이 일어나는데
여기에 단기 환차익을 노린 투기자금이 가세하면 외환불안으로 증폭되게
된다.

이번에도 멕시코의 경제위기로 촉발된 달러가치 불안이 3월말 결산을
앞둔 일본기업의 달러매각설,지진복구를 위한 미국내 자금회수설,
FRB 의장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부인발언 등을 재료로 하락폭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따라서 국제 통화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고질적인 쌍둥이적자를 해소할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일부에서 거론되는 준고정환율제를 통한 국제통화안정도
가능해질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주요국의 경제정책조율및 중앙은행협력,그리고 단기
투기자금( hedge fund )에 대한 규제강화 등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에도 FRB의 10억달러를 비롯해 주요선진국 중앙은행들이 20억~
30억달러를 투입했으나 하루평균 1조달러에 육박하는 국제 자본이동에
비하면 달러화안정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안에 주요 선진국의 경제정책이나 국제통화제도에
큰 변화가 없는 한 달러약세 기조는 계속될 것이며 일부에서는 단기적
으로 달러당 90엔까지 떨어지리라는 성급한 예측도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엔고에 따른 대일 가격경쟁력강화로 자동차,전자,조선,
반도체 등의 수출이 늘어나는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핵심부품의 일본
의존도가 높아 대일무역역조가 더 악화되기 쉽다.

따라서 우리기업들은 환차손방지를 위해 애쓰는 동시에 엔고현상을
이용한 수출증대노력을 단기적인 경영목표로 삼아야 겠다.

중장기적으로는 핵심부품과 기술개발에 힘쓰고 엔고를 피해 해외
이전을 추진하는 일본의 주요산업에 대한 유치노력을 강화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