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소재 자동차부품업체인 창원기화기.

이회사는 분기별 생산 판매실적에서부터 사원회식비 경조비등에 이르기까지
경영관련 모든 내역을 회사식당 안내판에 게시, 공개하고 있다.

월별 전체조회및 계층별 간담회, 분기별 경영실적보고회를 통해 회사간부가
현황을 낱낱이 설명하고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부장 직장등 관리층과 노조간부가 참여하는 "경영개선모임"도 지난해 발족,
회사의 주요행사 경영전략등을 논의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회사의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회사는 기업경영정보 공개를 토대로 근로자들과 함께 생산성향상운동을
추진한 결과 지난해 매출이 6백70억원으로 당초 목표치보다 25% 초과달성
했다.

이와관련, 신세진 총무과장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를 경영의 동반자로
인식해 기업정보를 적극 공개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근로자측도 의사결정과정
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기화기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선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상당수의 업체들은 아직도 기업경영의 공개를 꺼리고 있다.

"경영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있다. 사측은 아직도 노조가 경영을 모르는게
다루기 편하다는식의 생각을 갖고 있다. 회사여건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의
형성없이 근로자들에게 생산성증대만을 독려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H사
노조간부는 지적한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사와 노사협력센타가 공동으로 실시한 노사설문조사결과
에서도 "회사의 기업경영정보공개노력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생산직근로자는
전체의 20.4%에 불과한 반면 불만을 표시한 근로자는 79.6%에 달했다.

노사관계전문가들은 이같은 양상에 대해 사측이 경영정보를 자신들의
고유권한인 경영권의 일부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다 내역을 공개했을
경우 경쟁업체에게 반사이익을 안겨줄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경영정보가 공개되더라도 빈약한 내용때문에 근로자들이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인천 D사 J노조위원장은 "회사측에서 공개하는 정보들은 기껏해야 분기.
반기별 매출액과 순이익정도에 불과하다. 이것만으로는 회사의 경영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영정보공개의 기피는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회사안팎의 여건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싹트게 된다.

"노조가 회사정보를 잘 모르기때문에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인천 S사 L노조위원장)

"근로자대표가 사용자측에서 제시한 대차대조표 세무 회계등 복잡한 통계
수치등을 이해하지 못하면 회사측에 끌려가게 마련이다. 이런 전문성을
가질려면 평소 경영정보가 수시로 공개돼 근로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구미 두산전자 문상대노조사무장)

효율적인 경영정보공개가 이뤄지기 위한 주요수단의 하나로는 노사협의회의
역할이 꼽히고 있다.

노조가 있거나 50인이상의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운영토록 돼있는 노사
협의회제도를 잘 활용할수 있다면 근로자들의 "정보욕구"가 어느정도
충족될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사협의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별로 많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K사의 J노조위원장은 "사측이 노사협의회법상의 보고사항인 경영계획
생산계획 재정상태등을 형식적으로 알려주는데 그치고 있다"며 "주요정보를
쥐고 있는 최고경영층이 노사협의회에 좀처럼 참석하지 않는 것도 문제"
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처럼 경영자측이 노사협의회를 중시해 이를 활성화하면 단체
협상전에 주요현안들을 해결할수 있어 부담을 덜수도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사협의회에 대한 근로자들의 접근태도도 문제다.

"노사협의회가 정보공유를 통한 생산성향상이란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못살리는 이유는 근로자들이 이모임에 별다른 기대를 걸지않아 소극적이거나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노동연구원 김훈박사)는 얘기는 기업정보의 공유가
상당히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기업경영정보의 공개문제는 통상적인 경영권보호차원에서 벗어나 근로자의
이해를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킨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노동교육원의 이정택박사는 "사측의 경영권은 물론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사측은 기업경영정보를 통해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생산성의 극대화를
유도해 나간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특히 선진적인 노사관계구축을
위해서 사측이 경영정보공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