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대우경제연 연구위원>

영국에 (주)합의경제학( Consensus Economics )이란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매달 여러기관들의 경제변수 예측치들을 수집하고 이를
단순평균하여 예측치로 발표하고 있다.

이 회사가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국가의 합의예측"최근호에
우리나라 금리(회사채수익률)에 대한 여러기관들의 예측치가 발표되었다.

이에따르면 1년후 금리예측치는 최소 13.2%에서 최고 17%까지 예측기관마다
매우 다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물론 예측치란 각 예측기관과 예측자마다 나름대로의 시각이 있어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면이 있으나 전문예측기관들의
예측치가 방향이나 수준면에서 이렇게 차이가 난다면 어딘가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향후 금리에 대한 이러한 견해차이는 다양한 요인에 연유하지만
주된 이유중의 하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총통화 운용에 대해
예측기관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하여 최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중 총통화를 중간목표로
사용하는데에 대한 비판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첫째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로서 통화량을 사용하는 경우의
문제점,둘째 총통화(M2)를 중간목표로 삼는 경우의 문제점,셋째
총통화 관리방식에 대한 문제점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 이를 통해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문제를 단계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

중간목표로 사용가능한 통화량 신용량 이자율 환율중에서 통화량을
중간목표로 삼는 경우의 문제점을 살표보자.먼저 어떤 통화량을
사용하든간에 소위 굿하트( Goodhart )법칙에 따른 문제가 발생한다.

굿하트법칙은 통화정책의 최종목표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어떤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중간목표로 선정하여 관리하기 시작하면
최종목표와의 안정적인 관계가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의 금융혁신은 통화수요의 안정성을 약화시키고 이에따라
통화승수의 불안정을 초래한다.

이는 통화량의 조절을 통해 최종목표인 경제성장이나 물가안정을
이루려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매우 약화됨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다양한 통화량중에서 총통화를 중간목표로 사용하는 경우의
문제점을 살펴보자.우리나라에서도 총통화가 70년대에는 실질경제성장과
비교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였으나 굿하트의 법칙처럼 80년대에는
그러한 관계가 매우 약화되었다.

또한 총통화는 비통화금융기관의 고유동성부채를 포함하지 않고
있어서 시중 유동성을 나타내는 자료로는 적절하지 않다.

실제로 최근에는 총유동성 대비 총통화의 비율이 30%를 하회하고
있다.

총통화를 중간목표로 삼았을때 총통화 운용방식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전년동기대비 목표증가율에 집착하는 현행 총통화운용방식은 금융구조의
변화나 통화수요의 변동을 신축적으로 고려하지 못하여 이자율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할수 있다.

또한 목표를 지키기위한 RP규제등의 직접규제는 자금시장의 예측성을
저하시킬뿐만아니라 총통화와 경제성장 또는 물가안정이라는 통화정책의
최종목표와의 관계를 더욱 약화시키게 된다.

현재 논의되는 총통화의 문제점은 위의 세가지 방향에서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이자율을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로 사용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여건을 감안할때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는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총통화 문제는 위에서 제기한 문제중에서 먼저 총통화관리방식의
문제점 해소,통화지표의 시중유동성 반영도 제고,이자율 변동폭
중시 통화정책이라는 순서로 단계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고 판단된다.

먼저 목표 총통화증가율은 자금시장의 예측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총통화증가율의 설정목표는 기본적으로 한은 통화정책의 가이드라인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축소 해석되어야 하며,특히 계수 조정을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적이고 예상치 못한 규제를 하는 구습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유동성을 반영하는 통화지표를 선정하여 보조적으로
운영하여야 한다.

이러한 지표로 제2금융권의 고유동성 부채를 일부 반영하는 M2B와
유사한 지표가 고려될수 있다.

위의 두가지 기반위에 이자율변동폭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통화정책을
고려해 볼수있을것이다.

다음번의 합의경제 예측치는 비교적 합의가 잘된 예측치를 구할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