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오는 월11일부터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UN사회개발정상회의
에 참석하고 이 UN회의를 전후로 프랑스 체크 독일 영국및 벨기에등 주요
유럽국가들을 순방할 예정이다.

UN사회개발 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은 세계100여개국 정상과 각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의 성공적인 경제사회개발 과정을 소개하고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유럽5개국 순방에는 각국의 정상들뿐아니라 유럽연합(EU)의 유럽
위원회 상트 위원장과도 회담할 예정이다.

대통령은 13박14일동안 유럽6개국 7개도시를 방문하여 국가원수로서는
상당히 드물게 강행군하게 된다.

그동안 유럽과의 관계를 고려할때 대통령의 유럽순방이 갖는 의의에 대하여
일단의 의문이 제기될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번 유럽순방은 특히 우리의 세계화 전략수행에 있어 큰
의의를 갖는다.

우리의 정치 경제적 대외관계를 고려할때 대통령의 유럽순방은 중요한
가시적 의미를 갖는다.

현재 정부는 우리의 국제적 위상제고에 중요한 기회가 될 몇가지 현안을
가지고 있다.

UN안보리의 비상임이사국 진출, 김철수 전통상공부장관의 초대 WTO사무총장
출마및 OECD가입등이 그것이다.

이들 현안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데 결코 소홀히 다룰수 없는
것들이다.

대통령은 이러한 현안들의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 UN사회개발 정상회의와
유럽5개국 정상회담에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작년 APEC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외교적 적극성과 순발력을 상기할
때 이들 현안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수 있을 것이다.

비록 세계화의 정의가 아직 국내에서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않아 보이지만
대통령의 유럽순방이 분명 우리의 세계화 전략수행의 일부를 이루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의 유럽순방에는 60여명의 경제인들이 동행한다.

과거에도 대통령의 외국순방에 많은 기업인들이 동행하여 세일즈외교의
실천으로 비쳐지곤 하였다.

그런데 이번 유럽순방에는 대기업총수는 물론 금융인과 중소기업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긍정적으로는 대통령이 경제규모의 비중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 기업을
위하여 진정한 의미의 총력적인 세일즈외교를 수힝하는 것으로 해석할수
있으나, 다소 부정적으로는 우리와 유럽과의 경제적 관계가 미국이나 일본
과의 관계보다는 그렇게 무게가 실려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수
있다.

대통령의 유럽순방 의의와 과제는 작년 호주 시드니에서 천명된 세계화
전략의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세계화개념이 아직 불분명하며 또한 세계화전략이 우리의 대외관계 수행에
있어 국익신장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이번 유럽순방에서 지적되어야 할 점은 세계화의 실천에 있어 EU를
포함한 유럽국가들과의 관계가 종전과는 다른 전향적인 방향으로 재정립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EU를 포함한 유럽은 우리에게 미국 일본및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중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유럽에 대한 정책은 여러
가지 점에서 소극적일수 밖에 없었다.

유럽을 관장하는 정부기관이 우리와 유럽과의 문제를 미국과의 문제해결의
재적용 정도로 간주하는 소극적인 자세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기업이 유럽진출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부분적인 이유도 정부의
이같은 소극적인 유럽정책에 있다고 볼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통령은 유럽순방을 통해 우리에게 유럽이 그동안 미국
일본 중국등을 제외한 국가들중의 일부에 불과한 낮은 비중을 가지고
있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앞으로 유럽이 우리에게 미국 일본과 동등하게
중요한 세계화의 동반자임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의 목표가 우리의 대외관계를 어느 한 국가나 지역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닐 것이며 유럽은 미국 일본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적재산권의 보호등에서 우리는 유럽을 미국에 비교하여 차별대우
하는 정책적 오류를 범하였는데 앞으로는 유럽이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의
우호적인 세계화 동반자가 될수있도록 우리가 먼저 변화하여야 한다.

유럽에 대한 차별대우가 개선될때 유럽 역시 우리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개선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선호하는 외국을 조사하면 많은 유럽국가들이 선정되곤
한다.

막연하지만 유럽은 우리국민의 마음속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와 유럽과의 거리는 지리적 간격을 뛰어 넘고 있으며
유럽에 대한 호감은 일견 일반적인 듯하다.

유럽, 특히 EU의 입장에서 우리는 15개 회원국,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국가들, 중부유럽국가들, 과거의 유럽식민지들인 아프리카 카리브 태평양
(ACP)국가들및 미국이나 일본에 이어 거의 마지막 위치를 차지한다.

이러한 관계는 지리나 역사적인 관점에서 당연하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세계화전략이 성공허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쪽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유럽, 특히 EU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이해가 요구된다.

최근에 EU의 정치 경제적 통합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근거로 EU중심의
유럽통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전개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EU의 정치.경제.사회적 통합은 궁극적으로 미국 일본에 대해 국제
경쟁력 우위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일련의 내부적인
혼란에도 불구하고 EU를 통한 유럽통합은 계속될 것이다.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EU는 인구 3억7,000만명.

GDP 6조7,000억달러로 미국과 일본의 수준보다 앞서고 있으며 무역규모도
2조6,000억달러를 상회하여 미국과 일본의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세기말까지 EU에서 하나의
유럽중앙은행아래 단일유럽통화가 창출되면 EU의 경제력은 월등히 향상될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발전에 상응하는 정치 외교적 공동정책까지 실현되면 EU는
미국과 일본에 비교하여 결코 무시될 수 없는 국제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

우리의 국제적 지위 상승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EU는 초강대적인 정치
경제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EU를 비롯한 유럽에 대한 차별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부터 과감히 탈피하여야 한다.

더욱이 우리가 러시아 중국등 과거의 적성국가들과 수교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의 국교정상화에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와 같이 단순하게 미국과 일본을 우리의 맹방이니, 혈맹이니 하는
다분히 감상적인 자세로 바라보고만 있기에는 현실은 너무나 냉엄하다.

우리는 EU를 비롯한 유럽의 지위를 보다 올바르게 이해하여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에서 보다 유연하고 실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데 노력하여야
한다.

실제로 EU는 우루과이라운 다자간무역협상에서 WTO의 창설을 비롯하여
많은 국제경제규범의 형성에 미국 못지않는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EU의 역할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유럽을 중시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세계화원년에 첫 해외순방지역으로 유럽을 결정한 것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세계화는 결코 단기에 완성될 수 없다.

우리의 세계화목표는 보다 장기적으로 여러 정권을 거쳐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김영삼대통령의 유럽순방은 우리의 세계화전략의 일부로서 이해되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