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게 땀흘려 일하는 근로자와 성실하고 사려깊은 기업가가 함께
어우러져 기업을 살찌우는 사업장"

기업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노사를 막론하고 누구나가 꿈꾸는 모습이다.

노사관계가 불안정해 기업과 국가경제에 타격을 줄 기미가 보일때면 보다
더 간절한 소망으로 자리잡는다.

그런 소망이 이제 그야말로 시급히 이룩해야할 현실적 과제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우리가 지금 안팍으로부터 받고있는 수많은 도전 그것이 노사간의 협력적
분위기조성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출범으로 펼쳐진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는 상품이든
서비스든 세계최고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게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안보와 성장우선의 논리가 역사의 무대뒤로 물러나면서 그
빈자리에 세계일류를 지향하는 경쟁력향상과 한민족공동체를 건설하려는
"사회통합"의 가치체계가 자라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인주의 성향의 신세대가 등장, 세대교체를 이뤄가고 있는
노동현장에는 사업장을 자아실현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의식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올해부터 "노사 새지평을 열자"라는 캐치프레이즈아래
노사협력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시대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 일본등 선진국의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에 노사간 대립관계를 협력
구도로 전환시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노사가 협력적 무드에 나서게 된것은 80년대 초반.

노사협력주의의 개념에 대해 정의를 내린 노동경제학자 W.N 쿠크의 이론을
밑바탕으로 노사간 상호협력이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미국기업들은 이같은 자각을 통해 근로자들의 참여를 중심으로한 노사관계
개혁을 추진, 근로자들이 경영혁신운동에 능동적으로 협력토록 유도하고
있다.

제록스 굿이어타이어 휴렛패커드 누미 패더럴익스프렉스 AT&T GM 새턴등
우리에게도 잘알려진 기업들이 노사간 대립에서 협력구도로 전환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노사일체감이 높기로 유명한 일본기업들사이에는 요즘 노조의 최대무기인
"파업권포기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NTT(일본 전신전화공사) 노조가 지난 15일 전격적으로 파업권포기를 발표
한데 이어 사철총연, 전력총연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유는 단하나다.

고베대지진의 피해복구를 최우선이라는 점이다.

사익보다는 공익 개인보다는 회사가 먼저라는 그야말로 오늘의 일본을
만들어낸 사고방식을 잘 대변해 주는 대목이다.

우리의 노사관계는 어떠한가.

80년대의 "반목과 대립의 시기"를 지나 90년대초 "반성과 자제의 단계"를
거쳐 지난해부터 "새로운 노사협력관계"가 움트고 있는 분위기다.

올들어서는 본사의 노사협력캠페인에 발맞춰 노사공동으로 "영원한
무파업"을 선언하는 업체가 나타나면서 전국적으로 노사협력의 새물결이
일고 있다.

국내 최대 와이어로프제조업체인 고려제강의 노사가 지난 15일 "영원한
무파업"을 선언, 재계와 노동계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선언은 노조가 전격 제의해 이루어진 것이어서 경제계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앞으로도 그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창원 울산 구미 인천등지에서는 민간단체들이 노사협력무드조성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무드에 찬물을 끼얹게 될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93년부터 2년동안 이어져온 노경총간 중앙단위의 임금합의등 "사회적
합의"가 올해는 노총의 거부로 불투명해진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적 합의는 노사관계안정과 세계화에 부응하는 협력적 노사관계구축에
크게 기여한 터여서 그 충격이 더 크다.

물론 노총이 오는 3월2일 열릴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여지는 남겨두고 있으나 "합의"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연 노총의 이러한 움직임이 바람직하고 불가피한 결론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좀더 진지한 자세로 국가경제의 최대 현안인 노사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다른 노동단체나 내부의 일부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국가경제적
차원에서 단위노조를 설득시키겠다는 용기와 신념으로 사회적합의에 당당
하게 나서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이 여의치않다면 단독임금인상안을 제시하되 경총과 공동으로 노사
협력선언을 함으로써 단위사업장 노사협력에 촉매제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그길만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거대 지구촌경제시대를 헤쳐 나가는데 기여,
경제주체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