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만이 알고있는 신용카드의 비밀번호가 누설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번호유출경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있다.

25일 한국소비자보호원및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신용카드를
분실한 카드회원중 범인들이 쉽게 인지할수없는 비밀번호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현금서비스로 돈이 인출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보원은 신용카드를 분실,현금서비스관련 피해를 본뒤 피해구제신청을
해온 소비자의 80%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등과 함께 도난당해
비밀번호가 인지된것으로 추정되나 나머지 20%는 비밀번호를 쉽게
알수없는 경우였는데도 현금서비스로 돈이 인출됐다며 이에대한
명확한 원인규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에 사는 문모씨(33)은 지난 1월 새벽 0시 30분께 경인전철에서
지갑과 함께 외환비자카드를 도난당해 다음날 아침 카드사에 분실신고를
냈다.

그러나 다음달 집으로 날라온 카드사용대금명세서에 50만원이 현금서비스로
인출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문씨는 5년전 자신이 살았던 하숙집의 전화번호를 비밀번호로 사용하고있는
데 분실된 지갑에는 어디에도 이번호를 기재해놓지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카드사와 옥외현금서비스기계를 설치해놓은 한국컴퓨터에
문의해본 결과,범인은 한번의 시행착오도 없이 현금을 인출해 간것으로
드러났다.

권모씨(29.여)도 지난해말 롯데백화점에서 지갑과 함께 엘지신용카드를
분실했다.

권씨는 비밀번호를 시골집전화번호로 사용했으나 역시 범인은 현금서비스로
50만원을 부정인출했다.

현행 법규와 소비자약관에는 비밀번호누설에 대한 모든 책임은
카드회원에 귀속된다고 규정돼 있어 이같은 소비자피해는 구제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카드사관계자들도 이런 경우 컴퓨터시스템의 하자에 따라 발생할
가능성은 적고 회원들의 부주의로 인한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있다.

그러나 카드회원들은 비밀번호유출이 전문절도단과 관련업계종사자간의
밀거래에 의한 정보유출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당국의 적극적인
조사작업을 요청하고있다.

이와함께 하루 현금서비스한도를 낮추고 비밀번호를 잘못 눌렀을때는
현금서비스기능을 중단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할
것으로 주장하고있다.

한편 현금서비스기는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누르면 은행 주전산기에
조회한뒤서비스를 개시하며 현재 BC카드만이 3회이상 잘못 누르면
카드기계가 카드를 돌려주지않는 체제를 갖추고있다.

< 남궁 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