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각국의 외환규제 철폐와 자본자유화 추진으로
금융기관의 범세계화가 급진전되면서 단기유동성 자금( hot money )의
국제이동이 급증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의하면 80년대초 연평균 150억달러에 불과했던
단기유동성 자금규모는 90년대 들어 약 4,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유동성자금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동남아 중남미등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 대거 유입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지난해 이후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상과 멕시코 페소화사태를 계기로 미국내 단기금융시장으로
다시 유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경기의 둔화와 추가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해짐에
따라 단기유동성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재환류되면서 미국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의 단기유동성 자금이 과거 오일머니나 버블해소 이전에
일본의 자금이동과는 달리 단순히 금융수익만을 목표로 이동하고
있는 데다 주로 파생금융상품과 연계되어 거래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여기에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과 정보통신의 급격한 발달로 국제
금융시장이 단일시장권으로 통합되고 있고 지역주의로 인접국 통화간의
연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수익이 기대되는 시장이 나타나면 한꺼번에
대량의 자금이 들어와 유입국의 실물경제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주가와
지가를 폭등시키고 경제를 버블화한다.

반대로 최근 멕시코사태와 같은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질 경우 유입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자금의 가수요를 촉발시켜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게 되고 유입국 통화가 절하되며 주가와 지가가 폭락하면서
경기침체를 겪게된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로의 파급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이러한 구조변화는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목표로 오는 3월중 가입신청을 앞두고 있는 우리경제에 몇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한국의 경제여건을 감안할때 자본유출보다는 자본유입이 클것으로
예상되는데 물론 자본유입은 국내금리의 안정과 투자촉진등의 순기능이
없는것은 아니나 환율과 국제수지를 불안정하게 하고 해외부문의
통화증발로 물가를 상승시켜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환율변동폭과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고 공공요금
인상등으로 인플레가 우려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현실에서는 의외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선물환 제도,원화의 국제화,효율적인 컴퓨터시스템등
금융시장의 기반이 정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단기 유동성자금이 유입될
경우 통화정책의 혼란과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또한 외국금융기관에 비해 신상품 개발능력이 절대 열위에 있는
현실에서 국부유출과 국내금융시장의 급속한 잠식도 우려된다.

기업입장에서도 세계화 경영으로 외자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OECD가입에 앞서 단기유동성 자금에 대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투기성 자본유입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방안을 마련하고 자본
유입의 형태와 규모별로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정책조합( policy mix )을
마련해야 한다.

목적은 환율 물가 국제수지를 안정시키고 유입된 외자률 실물경제에
도움되게 하며 급격한 자본유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동시에 금융기관의 신상품 개발능력을 제고하고 기업이 효과적으로
환율과 금리리스크를 관리할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방안들이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정치적인 목적이나
상황논리에 따라 OECD가입을 추진할 경우 그만큼 우리경제에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