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읽었던 나폴레옹 이순신 장군등 위인전의 인물은 대부분 무력으로
세상을 평정한 왕이거나 조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장군들이었다.

20세기 전반까지만해도 세계를 지배한 원리는 우세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패권주의였다.

때문에 군사력을 소유한 국가나 사람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영웅의 칭호를
받는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를 지배하는 논리는 경제력이다.

경제력은 기업이 제대로움직일 때 큰힘을 발휘한다.

이념의 차이를 바탕으로한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막강한 군사력보다는
우세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더 높은 지위를 갖게됐다.

한나라의 경제력을 창출하는 근원은 다름아닌 경쟁력있는 기업이다.

이같은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이야말로 우리시대의 작은 영웅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시대의 작은영웅인 이 기업인들이 죽어가고 있다.

얼마전 사천농공단지에서 전자부품회사를 경영하던 중소기업사장이 부도를
내고 목숨을 끊었다.

이회사는 리모콘부품을 생산 대기업에 납품, 잘나가는 회사였다.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았다.

지난 한햇동안 이 전자부품회사 사장처럼 부도를 내고 비참한 상태에
빠진 기업인이 모두 1만1천2백55명이나 된다고 한다.

1만명이 넘는 기업인이 영웅문턱에서 주저앉은 것이다.

이는 지난해 창업기업수 1만6천7백23개에 비해 67%에 이르는 수치이다.

새로 생겨나는 기업이 망하는 기업보다 더 많으니 그래도 낫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기업적 사회적 손실을 감안한다면 너무나 큰 피해임에
틀림없다.

부도를 당한 사장은 물론 그가족 부도업체의 종업원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당하게 되는 것은 물론 부도처리한 금융기관의 담당자와 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도 상당기관 손해를 보게된다.

결국 중소기업의 부도때문에 피해를 보는 국민은 지난해의 경우 적어도
40~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기협관계자는 밝힌다.

피해자가 이정도라면 기업도산은 이제 단순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다.

이같은 엄청난 피해가 줄기는 커녕 올들어서도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광림기계 대선기계 대진정기 진화시스템 선호산업이 부도를 맞는등
올들어서도 하루 20여개사가 돌아오는 돈을 막지못하고 있다.

지난달 총통화증가율이 월말잔액 기준으로 21.8%에 이를만큼 많은 돈이
풀렸는데도 중소기업의 부도는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은 자금이 풍족한 반면 중소기업은 돈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자금
홍수속의 돈가뭄"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고금리에도 불구, 중소기업에게는 은행문턱이 더 높아졌다는 얘기들이다.

요즘들어서는 납품대금어음도 보통 4~6개월짜리이다.

여기에다 받을어음의 부도로 인해 연쇄부도를 맞을 수밖에 없다.

최근 기아자동차의 납품업체이던 덕우라바가 부도를 내게된 것도 파주에
있는 조그마한 업체로 부터 받은 장기어음이 부도난데서 비롯됐다.

세라믹 고무부품을 납품하고 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4개월짜리였다.

4개월짜리 어음은 금융기관은 말할것도 없고 사채시장에서도 할인을 받을
수가 없다.

최근 기협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기업의 23%가 긴급자금을 사채에 의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비중은 단자회사 신용금고등 제2금융권을 통한 조달비중 12%보다도 2배에
가까이 많은 것이다.

업계는 덕우라바와 같이 연쇄부도에 의해 쓰러지는 기업을 한해 약 2천개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 상대방의 잘못으로 쓰러지는 기업만이라도 최소한은
막아 주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제도에는 연쇄부도를 막아주는 장치는 없다.

기껏해야 기협에서 공제기금에 가입하고 매월 부금을 낸기업에 대해 공제
기금을 지원하는 것이 고작이다.

장기어음발행을 강력히 억제하는등 연쇄부도를 막기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

또 우리나라의 금융관행을 근원적으로 조사 중소기업의 부도를 막을수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력의 기초이다.

92년도 우리나라 총생산액 2백28조7천억원중 46.1%를 중소기업이 차지했고
97조2천억원의 부가가치중 47.9%를 차지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죽어서는 대기업도 살수가 없을뿐만아니라 국가 경제력
이 흔들린다.

물론 중소기업을 방만히 경영하거나 또는 구조조정등으로 망할수도 있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중소기업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

열심히 기업을 경영하는 중소기업인을 이시대의 작은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정부는 물론 우리모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