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총 외채규모가 지난해 9월말에 510억3,000만달러로 사상 처음
500억달러를 넘은데 이어 11월말에는 542억달러로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93년 6월말에 비해 23.4% 증가한 것이며 지금까지의
최고치인 지난 86년의 445억달러에 비해서는 21.8%가 많은 금액이다.

빚이 많아진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은 아니다.

따라서 지난 80년대 중반에는 외채망국론이 대두되기도 했으며 이에 앞서
브라질 멕시코등 남미 여러나라의 외채상환 불능사태가 국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10년 전에 비해 우리경제의 외형규모는 엄청나게 커졌으며 이에따라
국민총생산에 대한 순외채의 비율도 2.4%에 불과해 큰 걱정이 안된다고
관계당국은 설명한다.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왕성하고 경제성장률도 높은데다 국내금리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외국돈을 얻어쓰고자 하는 사정은 이해할수 있다.

게다가 달러가치하락을 고려할 때 외채규모를 10년 전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급속한 외채증가 경향은 몇가지 점에서 경계해야 할 측면이
있다.

첫째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리상승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외채에 의존한
투자확대가 자칫하면 손해를 보기 쉽다는 점이다.

투자수익률이 자본비용을 나타내는 금리보다 높을 때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경제이론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 때의 투자수익률은 경영진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기대
수익률이기 때문에 불확실한데 비해 금리는 확정수준이므로 요즘같은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우리 기업들에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요구된다고 본다.

둘째는 경기확장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의 투자는 대부분 신규사업
진출 또는 기존 설비확장을 위한 경우가 많아 자칫하면 경기과열을 초래하기
쉽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선거가 이어질 계획이며 물가불안도 잠복해 있는데
경기과열은 거품을 만들 염려가 있다.

또한 과잉투자는 통상마찰을 유발하고 생산성향상을 소홀히 할 가능성도
있다.

끝으로 아직도 상업차관도입이 선별적으로 허용되는등 외자도입에 따른
형평성 시비가 있는 마당에 아무리 설비투자를 위한 경우라 해도 외채증가
속도는 적절히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우리 기업들은 지나치게 부채의존적인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관계당국은 직접금융시장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겠다.

일찍이 케인즈는 주관적인 투자욕구를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금리등락에 의해 합리적으로 조정되지 못하면 거품경제의 후유증을
피할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