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721) 제3부 정한론 : 보복의 아침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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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휘호를 오쿠보는 야마요시에게 주었다.
좀처럼 드문 일이었고,대단한 선심이 아닐수 없었다.
그날 아침은 그처럼 그의 인심도 여느때와 달리 묘하게 좀 물렁해져
있었다.
"아이구 이거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마요시는 이마가 다다미
바닥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려댔다.
오쿠보의 서명에다가 낙관까지 된 휘호이니, 그것을 가지고 가서 자기의
집무실에 걸어놓을것 같으면 더없는 후광일 터이니 그럴수 밖에..
야마요시가 돌아가고, 아침 식사들 마친 오쿠보가 출근을 하려고 현관을
나서려 할 때였다.
"아빠, 나돌 갈거야. 앙- 앙-" 세살짜리 딸애가 칭얼대며 울기 시작했다.
오쿠보에게는 위로 여러명의 아들이 있었고, 맨끝에 딸애가 하나였다.
그래서 그 막내딸 유리코(백합자)를 그는 여간 귀여워하질 않았다.
집에 돌아오면 그 딸애의 재롱을 보는게 낙이었다.
출근때도 엄마를 따라 쪼르르 현관으로 나와서 고사리 같은 하얀 손을
흔들며 방글방글 웃는 유리코는 오쿠보의 기쁨이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유리코가 울음을 터뜨린 것
이었다.
"아니, 우리 귀염이, 왜 이래? 응? 아빠하고 같이 가고싶어서 우는
거야?"
"나도 갈거야 - 앙-"
"허허허. 아빠는 출근하잖아. 출근하는데 어떻게 같이 가지?"
"앙- 앙- 같이 갈거야-" 막무가내로 떼를 쓰며 우는데도 오쿠보는
"좋아, 자, 그럼 한번 같이 가보자구. 허허허." 웃으며 유리코를 번쩍
안아 올렸다.
그리고 현관 밖에 대기하고 있는 마차로 가서 함께 오르는 것이었다.
"저애가 오늘 아침엔 왜 저러지? 참 별일이네" 오쿠보와는 달리 부인은
딸애의 우는 꼴이 언짢은듯 살짝 찡그린 얼굴로 현관 앞까지 따라나갔다.
유리코를 안은채 마차에 올라앉은 오쿠보는 "자, 우리 귀염이, 지금부터
아빠하고 같이 가는 거야. 알겠지?" 하고는 마부에게 정원을 한 바퀴
돌도록 일렀다.
쌍두마차였다.
두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가 천천히 움직여 넓은 정원의 화단 사이를 이리
저리 빙빙 재미삼아 도는 것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1일자).
좀처럼 드문 일이었고,대단한 선심이 아닐수 없었다.
그날 아침은 그처럼 그의 인심도 여느때와 달리 묘하게 좀 물렁해져
있었다.
"아이구 이거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마요시는 이마가 다다미
바닥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려댔다.
오쿠보의 서명에다가 낙관까지 된 휘호이니, 그것을 가지고 가서 자기의
집무실에 걸어놓을것 같으면 더없는 후광일 터이니 그럴수 밖에..
야마요시가 돌아가고, 아침 식사들 마친 오쿠보가 출근을 하려고 현관을
나서려 할 때였다.
"아빠, 나돌 갈거야. 앙- 앙-" 세살짜리 딸애가 칭얼대며 울기 시작했다.
오쿠보에게는 위로 여러명의 아들이 있었고, 맨끝에 딸애가 하나였다.
그래서 그 막내딸 유리코(백합자)를 그는 여간 귀여워하질 않았다.
집에 돌아오면 그 딸애의 재롱을 보는게 낙이었다.
출근때도 엄마를 따라 쪼르르 현관으로 나와서 고사리 같은 하얀 손을
흔들며 방글방글 웃는 유리코는 오쿠보의 기쁨이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유리코가 울음을 터뜨린 것
이었다.
"아니, 우리 귀염이, 왜 이래? 응? 아빠하고 같이 가고싶어서 우는
거야?"
"나도 갈거야 - 앙-"
"허허허. 아빠는 출근하잖아. 출근하는데 어떻게 같이 가지?"
"앙- 앙- 같이 갈거야-" 막무가내로 떼를 쓰며 우는데도 오쿠보는
"좋아, 자, 그럼 한번 같이 가보자구. 허허허." 웃으며 유리코를 번쩍
안아 올렸다.
그리고 현관 밖에 대기하고 있는 마차로 가서 함께 오르는 것이었다.
"저애가 오늘 아침엔 왜 저러지? 참 별일이네" 오쿠보와는 달리 부인은
딸애의 우는 꼴이 언짢은듯 살짝 찡그린 얼굴로 현관 앞까지 따라나갔다.
유리코를 안은채 마차에 올라앉은 오쿠보는 "자, 우리 귀염이, 지금부터
아빠하고 같이 가는 거야. 알겠지?" 하고는 마부에게 정원을 한 바퀴
돌도록 일렀다.
쌍두마차였다.
두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가 천천히 움직여 넓은 정원의 화단 사이를 이리
저리 빙빙 재미삼아 도는 것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