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모 < 선경경제연구소 부소장 >

최근들어 공무원연금제도가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93년에 3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공무원연금이 지난해에는 더욱
큰 적자를 보이면서 2000년대초에는 기금원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기금의 적자는 근본적으로 기금조달과
지급제도의 문제에서 연유되었다.

즉,연금혜택에 비해 연금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퇴직수당의 신설등 잦은 제도의 변경으로 연금기금의 재정부담이
증가돼 왔다.

특히 연금지급방법에 있어서 일시불 방식보다 연금방식이 훨씬 유리하게
되어있어 연금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고 노령화 사회가
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금지급개시 연령제도가 도입돼 있지
않은 점도 연금기금의 재정을 부실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금조달및 지급제도상의 문제못지 않게 기금을
부실화시킨 요인으로 경쟁원리의 배제와 이에따른 기금운용의 비효율성을
들수 있다.

공적연금기관들의 기금운용실태를 살펴보면 기금운용에 있어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이 중시되면서 기금재정이 부실화되고 있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수 있다.

일례로 지난 82년에는 공무원연금기금 전체운용액의 70%이상이
채권과 주식등 수익성이 높은 부문에 투자되었으나 5공과 6공을
거치면서 92년에는 동부분으로의 투자가 37.5%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 들었다.

최근들어서는 94년7월말 현재 기금증식사업에의 투자비중이 기금총액의
42%로 소폭 늘었으나 아직도 공공금융과 후생복지사업에의 투자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의 기금총액대비 기금운용수익률은 82년에는
14.8%에 달했으나 93년에는 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에도 못미치는
7.66%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연금기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첫째,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수 있다.

그리고 둘째로 공무원연금법등 기금근거법이나 관련부처의 유가증권투자
제한규정을 대폭 손질하여 기금의 수익극대화를 위한 투자기능을
제고시켜 주어야 한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기금운용방법이 공무원연금법에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고 동법시행령을 보면 기금의 운용이율이 전국의 은행에서
적용하는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를 평균한 금리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또한 "기금운용기본법"에서는 공공기금들이 주식과 부동산매입을
하는데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금관리자들의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재량적 투자가
크게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연금기금의 부실투자를 방지하고 기금운용의 안정성과 공공성확보를
위해 자금운용에 어느정도 제한을 두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연금기금의 자산운용은 자금의 성격상 장기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자산운용상의 제한은
기금의 자금운용을 단기화시키는 폐단을 초래하고 있다.

국내 장기금융시장은 아직 걸음마단계에 있다.

기금증식의 효율성 확보와 더불어 자본시장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연금기금들에 대한 각종 자산운용제한을
완화시켜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는 기금의 효율적인 투자운용을 위해 기금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전담조직을 설립하거나,혹은 간접투자의 방법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민간금융기관에 기금운용을 위탁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우리나라의 각 연금관리공단은 그동안 국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경영혁신의 노력이 부족했던 감이 없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의 기금부실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금의
수입과 지급제도를 개선한다고 해도 기금운용이 방만하게 이루어진다면
결국 기금원금의 고갈을 초래할수 밖에 없다.

따라서 차제에 각 연금관리공단에서 전문인력을 확보해 기금증식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금운용 전담조직을 만들어 기금운용의 효율화를
꾀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각 연금관리공단이 투신사와 증권사등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민간금융기관들을 선별해 기금운용을 맡기는
것도 효율적인 기금관리를 위해 고려해 볼만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적연금시장에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해 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공적연금의 경우 연금가입에 따른 연금관리주체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연금가입대상자가 연금관리기관을 임의로 선택할 여지가
없다.

이에따라 노후생활보장 차원에서 가입한 연금대상자들이 최대한의
연금 혜택을 받을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또한 연금가입대상자들이 연금관리기관을 선택할 경우에는 연금재정이
부실해져도 정부의 재정으로 떠안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제도하에서는 공적연금의 재정이 부실화돼
장차 급여지급을 할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면 결국 정부의 재정부담으로
떠안게 돼 그 피해가 일반국민들에게 전가될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주에서는
연금가입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금융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게 하고있다.

따라서 우리도 연금가입자들이 연금운용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