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회사원 최수용(29)씨는 자동차보험계약을 갱신하기 위해
S화재대리점을 찾아갔다가 입씨름끝에 멱살까지 잡는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씁쓸한 경험을 겪었다.

가벼운 접촉사고에 미혼인 그는 보험사의 인수기준으로 불량물건.

따라서 대리점으로선 최씨의 계약을 인수해도 보험료의 1%밖에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

게다가 최씨가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하겠다고 나서니 대리점은 계약을
인수할 이유가 없었다.

카드수수료까지 빼면 대리점으로선 서류작성등 부대비용도 빠지지 않는
적자영업인 까닭이다.

화가난 최씨는 서비스업종인 보험사가 이럴수 있느냐고 따지면서
시비가 벌어진 것이다.

천신만고끝에 보험을 들어도 보험료가 크게 올라 당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자영업자인 김성호(32)씨는 지난해 11월 접촉사고로 고장난 차량을
고치는데 든 60만원을 보험처리한 것을 못내 후회하고 있는 케이스.

올1월초 계약을 다시 들면서 보험료가 지난해 50만원에서 무려 70%가
인상된 85만원이나 됐다.

사고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범위요율로 10%,사고벌점에 따른 10%에다
특별할증요율 50%가 부과된 탓이다.

게다가 1년간 무사고처리가 됐으면 보험료가 10% 할인되는 것을 감안
하면 80%나 더 부담하게 된 셈이다.

자동차보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계약자에 한정되는게 아니다.

회사원 김이숙(24)씨는 교통사고로 서울 서부중앙병원에 입원하고
보험사에 연락하니 보상담담직원은 영수증을 갔고오면 처리해주겠다는
퉁명스런 대답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고 보험사는 자동차보험영업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

계약을 인수할수록 적자가 나는 자동차보험을 좋아할리 없다.

신동아화재는 지난해 12월초 자동차보험 적자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담당임원 2명을 전격 해임했다.

국제 쌍용등 일부보험사들은 자보영업을 대폭 축소하고 화재 해상등
일반보험영업에 주력하는등 자동차보험시장을 떠나는 회사가 줄을
잇고 있다.

삼성 한국자동차보험 럭키등 대형사들은 대외이미지와 기존의 보상망등
일선조직을 가동하기 위해 마지못한 영업을 하고 있으나 달가와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전국의 차량이 7백만대가 넘어서고 누구나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될수
있는 현실에서 자동차보험은 어느 상품보다도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를 취급하는 보험사는 물론 가입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외면
받는 "미운 오리새끼"가 되어 버린 것이다.

삼성화재 손경식이사는 "현행 자동차보험제도를 개선하지 않는한
조만간 보험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회사가 등장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험사가 취급하는 상품중에서 가장 현금유동성이 뛰어나고 연간
4조원의 뭉치돈이 들어오는 거대시장인 자동차보험이 이처럼 삐꺽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보험업계는 우선 왜곡된 가격구조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로인해 지난89년이후 94사업연도 상반기(94.4-9)까지 자동차보험에서만
2조1천46억원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의 주원인은 보험원가에도 못 미치는 싼 보험료때문이라는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보험료는 지난89년 5.4% 91년 3.4% 올랐다.

반면 대인배상에 기준이 되는 노임단가만 연평균 24.6%,정비수가 12.1%
의료수가 7%등이 인상됐다.

보험원가는 계속 올랐는데도 보험료는 물가등 외부요인에 의해 억눌러져
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의료보험의 평균 1.55배를 더 받는 자동차보험의료수가에 대한
조정은 관계당국의 무관심속에 표류하고 있으며 정비업계는 정비수가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고장 차량에 대한 보험처리를 거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덕에 보험가입자나 피해자만 골탕을 막고 보험에 대한 이미지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현행제도가 유지될 경우 94년 5천9백억원의 적자가 예상
되는데 이어 95년 6천9백억원 96년 6천5백억원등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고 주장하고 있다.

재경원 보험감독원등 보험당국도 특별대책반을 구성,자동차보험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요율체계를 포한,자동차보험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약관상
불합리한 점을 고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보험당국 보험사만의 노력
으로 해결되는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93년 1만4백2명이 사망하는등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 피해가 34만
7천여명에 이르고 물적 손해만 5조원에 달하는 교통사고 왕국이란
오명을 씻지 않는한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손해율이 높다고 마냥 보험료를 올릴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쨋든 자동차보험은 지금 벼랑위에 서있다.

정부 보험사는 물론 가입자등 모든 국민이 함께 풀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