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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칼] (709) 제3부 정한론 : 대내전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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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을 머금고 이 글을 씁니다" 이렇게 시작하여 야마가타는 숙연하고
    곤혹스러운 심정으로 사이고에게 한 통의 편지를 적었다.

    이제 와서 구차스럽게 묵숨을 구걸하지 말고, 끗한 최후를 택하기 바란
    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야마가타는 무진전쟁 당시 사이고 밑에서 작전참모로 일했던 부하 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중장이고, 사이고는 어쨌든 대장이었다.

    그런 관계이기 때문에 비록 7개월 동안이나 서로 대군을 거느리고 싸웠
    지만, 두사람 사이에 어떤 사사로운 감정이 있었던게 아니어서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사이고의 목숨을 빼앗게 되자 직업적인 군인 기질인
    야마가타도 적지아니 가슴이 아팠다.

    자기가 마음대로 하는 일 이라면 그의 목숨을 건져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사적인 감상일 뿐 절대로 될 일이 아니었다.

    정부의 수뇌들이 천황에게 칼을 빼든 역적을 용서할 턱이 만무했고, 특히
    오쿠보가 그렇잖아도 눈 위의 혹처럼 여겨오던 터인데, 살려주다니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묵숨을 구걸하며 욕되게 재판을 받고 결국 죽음을 당하느니 보다 대장부
    답게 스스로 깨끗이 목숨을 끊는게 그를 위해서 백번 옳다 싶어 야마가타는
    정말 눈물을 머금고 그 편지를 썼던 것이다.

    동굴속에서 야마가타의 편지를 전해 받은 사이고는 예기치 않은 일에 약간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곧 그는 굳은 표정으로 봉을 뜯어 알맹이를 꺼내어 펼쳤다.

    그것을 읽어내려가는 사이고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기 시작하더니, 다
    읽고 나자 냅다 고함을 질렀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사이고는 자신의 구명을 위해 사자가
    야마가타를 찾아간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기리노와 무라다가 둘이서 상의하여 그렇게 했던 것이다.

    벳푸 신스케가 곁에 있었다.

    "응? 어떻게 된 일인지 벳푸, 말을 해봐! 도대체 누가 이따위 수작을
    했느냐구?" 벳푸도 그런 사실이 있었는 줄을 모르는 터이라 눈이 휘둥
    그래져서,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하고 도리어 반문했다.

    더욱 화가 치솟아 오르는 듯 사이고는 애꿎은 벳푸에게 뱉어 붙였다.

    "그것도 모르고 뭘 하고있는 거야? 어서 기리노를 불러 오라구!"
    기리노의 수작임에 틀림없다 싶었던 것이다.

    벳푸가 동굴에서 달려나가 기리노를 불러 왔다.

    무라다도 뒤 따라 왔다.

    "도대체 나를 뭐로 알고 이따위 수작을 부렸지? 응? 내가 그런 놈으로
    밖에 안 보였나?"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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