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지난 19일 체첸 공화국의 대통령궁을 점령함으로써
6주간에 걸친 전쟁이 일단락됐다.

이로써 러시아연방에서 완전독립을 꾀하던 체첸은 다시 러시아의
직접적인 영향력 밑에 놓이게 됐다.

그동안 무력대결의 지양과 협상에 의한 해결을 기대해온 우리로서는
분쟁의 결과가 바람직스럽지 못한 무력점령으로 끝남에 따라 앞으로의
러시아정정을 걱정하지 않을수 없다.

러시아군의 체첸 수도함락은 전세계가 원치 않는 또 하나의 민족전쟁의
시작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인한 민족의식과 이슬람신앙으로 무장된 체첸인들의 저항은 제2의
아프간전쟁 같은 게릴라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체첸의 독립운동이 좌절됨으로써 러시아연방내 다른 공화국들의
연쇄적인 연방이탈 움직임에는 일단 쐐기가 박히겠지만 러시아의
민주화노력과 초강경조치로 일관해온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입지는
이번 사태로 큰 타격을 받게될 것이다.

옐친 대통령을 러시아의 민주화와 개혁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보고
체첸 침공을 러시아 내정문제로 간주,침묵으로 일관해온 미국 유럽등
국제사회도 이제 옐친의 영도력에 회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옐친을 지지해온 민주세력이 체첸 침공으로 옐친에 등을
돌림으로써 러시아의 민주화자체가 후퇴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민주세력의 이탈은 올해의 총선과 내년의 대통령선거에서 옐친의
정치적 입지를 위태롭게 할 것은 뻔하다.

또 12억달러에 이르는 전비지출은 국가재정을 고갈시켜 경제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민주화와 개혁을 지지하고 지원해온 우리로서는 이번
사태로 러시아의 정정이나 민주화 노력이 흔들리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세계평화와 안정은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의 새질서 구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체첸을 무력점령했다 해서 사태는 끝난 것이 아니다.

사태가 보스니아 내전처럼 끝없는 유혈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분쟁당사자들간의 협상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그동안 방관자적 입장을 취해온 국제사회도 이젠 적극적으로 거중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