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촌락을,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도시란 인간이 창조한 걸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도시에서만이 인간의 갖가지 성취욕구가 달성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왔기때문이다.

그러나 도시가 날이 갈수록 거대화되고 복잡화 되어 감에 따라 인간이
소외되는 장소로 변해 온게 현실이다.

조밀한 인구, 소원해진 인간관계, 빡빡한 일상생활, 열악한 공해성
환경 등이 도시를 병들게 한다.

일찌기 프랑스의 작가 A 상텍쥐페리는 "인간의 대지"라는 소설에
1930년대의 인간소외적 도시환경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번 있다.

"유럽에는 사람의 의미가 없어서 새로 태어나기를 원할 사람이
2억여명이나 있다.

산업은 그들을 농사꾼 혈통의 언어에서 떼어 내다가 시커먼 열차들이
혼잡스럽게 들어찬 근차역과 같은 어마어마한 지정주거지역에 가두어
놓았다.

노동도시 속에서 그들은 다시 깨어나고 싶은 것이다.

두 세대 이전에 유럽의 도시인들이 느끼던 정서가 오늘날의 도시인
들에는 어떻게 받아 들여 질까.

그때보다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여건이 엄청날만큼 개선되어 있는
지금도 그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도시화가 더욱 진행 할수록 오히려 부정적 정서가 심화되어 간다고
보아 마땅하다.

그 주요인의 대기오염 환경파괴 교통난 주택난 범죄 등의 증가에서
비롯된다.

최근 스위스의 국제자원협력그룹이 세계 118개 도시의 삶의 질을
비교 평가한 결과는 도시도 작은 것이 좋다는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구면에서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도시들이 살기좋은 곳인 반면에
인구가 엄청나게 몰려사는 도시들의 대부분이 뒤로 쳐져 있다는
사실이다.

"소도시로서는 가장 크고 대도시로서는 가장 작다"는 관광도시 제네바
(인구 15만6,000명)가 가장 살기좋은 곳으로 꼽힌데 이어 산과 숲의
항구도시 밴쿠버(130만), 알프스와 도나우장 기슭의 길도 빈(153만)등
소규모 도시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멕시코시티 상파울로 동경 서울 봄베이 뉴욕 등
인구대도시들 가운데 동경을 제외하고는 중.

하위권의 열악한 곳으로 지목을 받았다.

그 평정이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없다하더라도 서울이
중위권에서도 하위의 도시로 평가받았다는 것은 삶의 질에 허점이
있음을 드러내준 경종될 수가 있다.

양위주의 도시개발향정이 질위주로 전환되어야 할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