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석기시대를 여는 인공돌".

파인세라믹에는 항상 이런 거창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파인세라믹 자체가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 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80년대 이래 전기전자및 정보통신의 핵심부품 소재로 그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파인세라믹은 세계시장규모가 지난 90년 1백50억달러에서
올해 3백40억달러(추정)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향후 무공해 에너지를 제조하기위한 고체 연료전해질의 개발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면서 에너지 환경 기계의료 원자력등 응용범위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00년에는 6백9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이처럼 자체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파인세라믹은 파급효과도 커
2000년에 파인세라믹으로 거둘 매출규모를 6조엔으로 잡고 있는
일본의 경우 관련산업에의 파급효과를 50조엔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파인세라믹에 대한 기술개발을 등한시 할 경우 소재산업의
특성상 기기 부품 재료 소재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기술종속이 우려돼
파인세라믹은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 육성시켜야 할 산업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21세기 산업의 "뿌리"가 될 것으로 확실시 되는 파인세라믹
산업의 국내 성장이 올 신년벽두부터 휘청거렸다.

지난 85년부터 10여년간 파인세라믹 산업의 활성화를 지원해온 통상산업부
의 요업건재과가 작년말 다른조직으로 흡수,통합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세계화추진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통상산업부의 화학제품과와
요업건재과가 "화학공업과"란 이름으로 통합된 것이다.

물론 요업건재과의 업무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1개과가 맡던일보다는 정책의 비중이 덜 실리지 않겠느냐는게
파인세라믹에 종사하는 업계대학 연구계의 한결같은 우려이다.

이같은 위기감속에서도 미래 신소재로서의 파인세라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일부 선도기업들은 우리나라를 파인세라믹의 세계적인
강국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연구개발과 생산시설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인세라믹은 소량다품종이란점에서는 중소기업형 업종인 반면 오랜
기간과 엄청난 돈이 들어가야 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 기업이 앞장서서
나서기가 쉽지않은 분야이다.

그런데도 시멘트 타일 유리등의 전통세라믹을 생산하는 쌍용양회
동서산업등일부 주요업체와 삼성코닝등 파인세라믹 전문업체들은 보다
값싸고 좋은 품질의 파인세라믹을 보다 빨리 공급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쌍용양회는 이달말 대구에 국내 첫 복합 세라믹공장을 준공한다.

절삭공구등구조세라믹 40종,마그네트론 스템및 산소센서등 전자세라믹
18종,촉매담체등 바이오세라믹 4종등 쌍용이 자체개발한 파인세라믹이
이공장을 통해 본격양산체제에 들어간다.

전자렌지용 마그네트론스템은 전량수입에 의존해온 품목으로 이의
생산으로 연간 60억원의 국산화 대체효과가 기대된다.

쌍용은 올해부터 파인세라믹 개발에 있어 기초적이고 장기적인 연구는
대덕의 중앙연구소에서 수행하고 공업화및 상업화는 이번에 완공되는
대구공장의 신소재 연구소에서 맡도록 해 연구개발의 조기상업화를
이루는 한편 해외연수및 유학을 통한 고급인력 확보에도 지속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위생도기 타일등을 생산하고 있는 동서산업은 지난 88년 국내처음으로
허니컴형 담체를 개발,생산에 들어갔다.

이기술은 코닝사등 세계적으로 유수한 일부업체만이 보유한 고난도의
파인세라믹 기술이다.

이회사는 또 외제에 뒤지지않는 세라믹멤브레인을 국책과제로 개발,상품화
에 들어가는 한편 유해가스및 냄새를 제거하는 가전제품용 촉매,오존제거
촉매,VOC(휘발성유기화합물)제거용 촉매등을 개발했다.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각종담체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연간 30여억원의 연구비와 20여명의 연구원을 투입,
파인세라믹 기술 고도화에 힘쓰고 있는데 정온발열체용 PTC써미스터
소자및 세라믹필터를 개발,최근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삼성코닝은 절연재료 자성재료 압전재료의 연구개발에 주력,이분야
국내 파인세라믹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압전재료의경우 무선통신기기의 핵심부품인세라믹필터와 레조네어터를
개발,거래선의 품질승인을 받고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자성재료에서는 VTR의 핵심부품인 로타리 트랜스포머의 다채널화및
고급화에 성공했으며 절연재료의 경우 IC패키지의 품질향상을 위한
각종 신재료를 개발,생산중이다.

삼성코닝은 광기능성 유리및 기계기능성 유리등 기능성유리의 고품질화
에도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남성세라믹 동아제약 유동기업 태평전자요업등이 절연재료,
대륜전자 동건전자등이 압전착화소자를 개발,생산하는등 1백여개 업체가
파인세라믹 생산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업체가 80년대 이후 참여했으며 상당수가 중소기업으로 종업원수
1백인 이하 업체가 8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업체들에 의해 국내 파인세라믹 기술이 착실히 선진화돼가고 있다.

부문별로 보면 절연재료에서는 IC기판및 패키지가 개발돼 양산에
들어갔으며 다층기판 세라믹패키지가 파일럿플랜트 규모로 시험가동
단계에 있다.

유전재료는국내에 원료생산업체가 전무하고 원료 배합기술이 부족하나
일본과의 기술도입등으로 대외경쟁력 확보가 이뤄지고있다.

압전재료의 경우 초음파진동자및 세라믹필터의 다양한 품목으로 개발돼
생산중이다.

자성재료부문에서는 경자성 및 연자성 페라이트제품의 생산기술에 대한
경쟁력이 확보되가고 있으며 절삭공구로는 코팅공구개발이 진행중이다.

국내 파인세라믹 업계가 21세기를 5년 남겨둔 올해 신기술 개발에
고삐를 다시 죄고 있으며 비록 정부가 파인세라믹 담당조직을 축소하긴
했지만 이분야를 첨단산업으로 간주,집중 육성키로 하고 곧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국내 파인세라믹 산업의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파인세라믹의 국내시장은 92년 8천6백억원에서 올해 1조4천2백억원(추정),
오는 2000년에는 3조6천3백여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파인세라믹 산업이 국내업체 주도로 성장 할 수 있을지는
정부의 확고한 육성의지의 구현및 이의 지속성,정확한 통계자료 확보,
관련 수요기업및 파인세라믹업체간의 연계체제 구축,대학 연구소 기업
간의 공동연구시스템 확립등 우리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를 얼마나 잘
풀어 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