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햇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은 963억달러에 달했다.

30년전인 64년11월30일 우리가 1억달러를 수출하고 이를 기념하기위해
매년 이날을 "수출의 날"로 지정하여 지금까지 지켜온 것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수출을 늘리기위해 기업 근로자 정부가 모두 합심노력하는 이유는 우선
생산 고용 소득이 증대되고 수출에서 얻은 외화로 외국의 귀한 자원 원료
중간재와 부품,그리고 기술과 기능을 사올수 있어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수출을 통해 국가의 발전을
이룩하는 길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21세기 세계일류국가 선진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지금도 수출부국의
전략이 유일한 수단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터이다.

수출과 수입은 함께 늘려야 한다.

지난해 12월의 실적은 수출이 108억달러,수입은 106억달러를 기록하는등
이제는 수출.수입 모두가 한달에 100억달러가 넘는 큰 규모가 되었다.

그중 중화학공업제품이 전체 수출액의 68.4%를 기록하였고 경공업제품은
27.6%, 농.수.광산물은 4%를 차지해 수출상품의 구조가 고도화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특히 전체 수출중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전기제품이 3분의1을 차지하여
이제는 우리도 첨단제품을 수출하는 고도산업국가의 대열에 올라섰다.

작년에 수출이 그 전해보다 17%나 증가한 것은 주로 엔고의 영향이었고
선진국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섰으며 또 중국 ASEAN에서의 개발수요증대
때문이라고 할 수있다.

이에 더해 우리기업의 고부가가치 신제품 수출이 크게 늘어났고 해외시장을
다변화했다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시대를 맞이했다.

세계의 수출입은 자유로워야한다.

세계무역에서의 제약 제한을 제거하기 위해 GATT가 반세기동안 활동을
해왔고 한국 수출도 그 덕을 보아 여기까지 성장해 왔다.

그러나 GATT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GATT회원국들이 7년이상이나
협의한 끝에 새 협정을 만드는데 성공함으로써 세계무역기구가 탄생하게
되었다.

WTO는 종전의 GATT와는 달라서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 농산물 지적재산권의
교역도 자유화하고 불공정거래를 제거하기 위한 대상으로 하였다.

국제거래는 공평공정해야 하고 정부는 편파적 선별적인 금융.조세상의
특혜를 공여하지 못하게 하였다.

예를들어 정부의 특혜를 받아 수출품의 값을 내려 판매한 사실이
발견되면 상설기구인 분쟁해결위원회에서 그 품목의 수출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의 거래도 제약할수 있는 교차보복까지 할수
있게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수출증대를 위하여,또는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을 위하여,
낙후한 농.축.어가의 생산물 수출촉진을 위하여 정부가 저리로 융자하고
세금을 감면하는등의 혜택을 주었으나 앞으로는 이같은 직접지원을 더이상
못하게 된다.

수출증대를 위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GATT는 묵인했었으나 WTO는
보조금에 대한 정의를 우선 명료화하고 이를 허용보조금 상계보조금
금지 보조금으로 구분하여 범위를 대폭 축소하였다.

결국 WTO시대에는 우루과이라운드협정 회원국 모두가 시장개방을 확대해야
하고 대내외의 구분없이 경제를 자유롭게 운용하도록 해놓았다.

따라서 이제 국제경쟁은 여러부문에서 더욱 격심해지고 이 경쟁에서
우리가 이기려면 우리 산업구조가 선진화되어야 하며 모든 분야에서
기술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기업은 엄청난 어려움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정부의 산업.무역정책도
파격적인 변화를 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규제적 간여가 극심한 금융부문,외국인 근로자의 출입국및
취업관련부문,사회간접자본 확충 부문등에서 자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역업 무역대리점업등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가 된 것은 시의에
맞지만 수입다변화정책을 비롯한 몇몇 특별법의 수입규제적 보호책은
앞으로 폐기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날 우리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과 기존시장 확보를 주로 통상외교에
의존하다시피 했지만,개방과 공개경쟁을 전제로 하고 있는 WTO시대에는
무엇보다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 배양이 시급하다.

이제부터는 통상외교에 못지않게 산업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

수출을 촉진하기위해 정부가 특정업종이나 업체를 직접 지원 보조는
못하더라도 포괄적 간접적 지원은 허용되는데 그중 가장 큰 효과를
거둘수 있는 것이 수출보험제도이다.

앞으로 연불수출이 늘고 외상거래가 보편화되는 추세에서 수출자의
위험을 보상해주는 방안은 수출보험제도 뿐이다.

우리업체의 큰 취약점인 수입자에 대한 정보부족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수출보험인만큼 정부의 수출보험제도에 대한
과감한 지원확대와 수출자업의 이용확대가 요망된다.

올해부터 국제적으로는 우리가 WTO의 엄격한 규정에 따라야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6월에 예정된 4대지방선거 결과와 고삐풀린 외환관리제도가
가져올 예기치않은 혼란이 우리의 수출증가추세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많다.

WTO의 출범이라는 대외적 변화와 국내의 지방자치선거,외환자위화등이
야기시킬 문제점등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지속적수출증가를 모색하는
것이 WTO시대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라 할수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