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란 글자는 옛날에 대나무 조각에 글을 새겨서 그것을 나란히 꿰멘
모양을 본뜬 것이므로 책의 유래는 퍽 오래 된다.

그래서 책을 찬양하는 문장은 이루 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다.

아나톨 프랑스는 "내가 인생을 안것은 사람고 접촉한 결과가 아니라 책과
접촉한 결과"라고 말했고 윈스턴 처칠은 "모든 책은 가끔 문명을 승리고
전진시키는 수단이 된다"고 그의 경험을 밝히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라이프찌히 대학에서 언어학을 연구하고 있을때
어느 헌책방에서 숏펜하우어의 "의지와 관념이 세계"라는 책을 발견하였고
그 책을 14일간이나 침식을 잊은채 숙독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 책을 스승으로 하여 그의 철학을 발전시켰다.

이와 같이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하나의 사업에 그치는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문화를 향상시키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문화체육부에 의하면 우리나라 출판사 수가 작년말 현재로 1만500개를
넘었다 한다.

이같은 외형은 국민 4,300명당 출판사가 1개인 셈이 된다.

이는 일본의 2만명당 1개 출판사에 비교하면 명목상 일본을 몇배나
상회하고 있는 것이 된다.

더구나 작년에 출판된 책이 모두 2만9,564종에 1억5,023만여부이고
신간도서 발행액이 1조2,467억원에 이른다니 놀랄일이다.

그러나 우리 출판의 내실을 들여다 보면 한마디로 외화내빈이라고
밖에 할수없다.

출판사의 수가 87년 10월이후에 급증한 사실자체가 비정상적이다.

그전까지 2,600여개사에 불과했던 출판사가 여건의 개선없이 급증한
것은 출판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 1년전에 단 한권의 책도 내지않는 출판사가 전체의 70%나 된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뿐 아니라 도서유통체계의 비효율과 낙후, 그리고 책을 시판할
서점의 수가 문구점까지 합하여 1만2,680개에 불과하며 200평이상의
공간을 확보한 서점은 90개라는 사실은 우리 서적소매상이 얼마나
영세한가를 말하고 있다.

반면에 전체 출판의 57.7%가 학습참고서이고 14.2%가 만화이며 일반
출판물은 30%도 채 안된다는 현상은 우리 출판의 내빈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출판사의 숫자만 가지고 자랑할때가 아니다.

출판개방의 현실 앞에서 우리 출판문화를 어떻게 속히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느냐는 것은 모두가 심사숙고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