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 13일 주식시장은 주가대폭락으로 악몽의 하루를
보냈다.

통화환수와 33조원규모로 책정된 공급물량압박등 주식시장주변이
온통 악재로 포위된 날이었다.

이날 주가대폭락의 원인을 싸고 분석도 가지가지다.

정보통신부가 금융기관에 예탁한 체신기금 5천억원을 13,14일 이틀간
국고로 환수키로 한 데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는 데는 분석들이 일치하고
있다.

체신기금관계자는 체신보험에 들어온 돈을 일반금융기관에 예탁해뒀다가
매년 이맘때면 기금결산때문에 일반 금융기관 예탁금을 회수해 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수규모가 통상적인 1천억원의 5배나 된다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관계자들은 정부의 통화긴축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겠냐고
풀이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채권수익률(시중금리)를
제어할 수 있는 채권매수자금이 바닥난 상황이기 때문에 체신기금을
국고로 확보해 두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같은 환수조치에 따라 체신기금을 관리하고 있는 투신과 투금,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 팔았다.

투신사들은 확보된 유동성으로 발등의 불을 껐지만 추가적인 주식매입
에는 제약을 받았다.

은행이 돌려줘야 할 체신기금도 3천억원정도다.

증시관계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체신기금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기금들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33조에 달할 것이라는 정부의 올해 주식 공급물량 책정소식은
일반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급격하게 위축시켰다.

기관투자가들은 아직 시장이 유동성을 잃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실현되지 않은 공급물량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개인투자자
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시장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이 서둘러
보유주식을 내다 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주가폭락을 보는 증시전문가들은 대부분 낙관적이다.

이제는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유인채 한신투자증권 전무는 "약세시장에서는 조그마한 자금사정변화도
침소봉대돼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날 주가폭락은
주식시장 내부요인때문이라기 보다는 외부충격때문이었다"고 풀이했다.

때문에 이날의 혼란으로 어느정도 후유증이 예상되지만 곧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영보현대증권상무도 "주식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면서 "연초의
조정을 거쳐 올해 주식시장은 탄탄한 상승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앞으로의 장세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 이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