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영

명의신탁의 금지를 주내용으로 하는 부동산거래 실명제의 윤곽이 구체화
되고 있다.

본인명의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과거를 불문하는 범위,계속 허용되는
명의신탁의 구체적인 유형과 기간,비농민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농지의
처리문제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여론수렴과 대안모색과정이 필요한데
여기서 고려되어야할 보완대책과 향후의 과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일제시대이래 법원의 판례는 명의신탁의 유효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하여 왔다.

신탁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고 관리 수익 처분한다는 실소유관계가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명의신탁은 부동산관련 규제의 회피
조세포탈 재산은닉등의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얼마전에 특히 문제가 된 수법은 명의신탁해지에 의한 탈법적 부동산
거래인데 이를 통해 소유권이 이전될 경우 토지거래신고및 허가,
택지취득허가,농지및 임야매매증명,검인계약서의 사용 등기신청의무등
토지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을 모두 회피할수 있었다.

명의신탁이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면 금지하기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사유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할수 있다는 우려
였지만 이 개념적 문제는 입법과정에서 오히려 쉽게 해결될수 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80여년간 인정되던 관행을 일거에 부정할경우
혼란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각종 규제로 인해 사용할수 없는 땅을 임직원 명의로 미리 취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또는 기업이 직접나설 경우 토지소유자들이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지 않을까,투기 또는 탈세의 목적이 없는 많은
형태의 명의신탁,예컨대 부동산 할부매매등에서 미리 명의를 이전해
준다거나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명의전환과정에서
실소유자가 공식적으로 취득할수 없는 땅,예컨대 부재지주 또는
법인소유 농지등의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명의전환과정에서
밝혀지는 규제위반및 탈세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과연 법원이
수만건이 될지 수십만건이 될지 모르는 명의전환 업무를 감당할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쉬운 해답은 없었으며 부동산거래 실명제에
관련된 몇 차례의 검토는 결론없이 끝날수 밖에 없었다.

결국 과감한 결단과 미래 지향적인 현실과의 타협,그리고 합리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범정부적 노력과 국민의 지지에 의해서만 답이
주어질수 있었던 것이다.

부동산거래실명제는 비정상이 정상으로 인식되던 관행을 깨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두는 개혁의 일환으로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부동산거래실명제가 경제사회적 혼란을 초래하지 않고
정착할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완대책을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명의신탁은 정상적인 거래의 일환으로,또는 반드시 합리적이지
만은 않은 규제들을 피해가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사용되어 경제생활의
윤활유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

명의신탁이 금지된다고 해도 과거의 행위에 대해서는 될수 있는대로
관대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명의전환도 신탁자와
수탁자간의 분쟁이 없는한 소송을 거치지 않고 간편하게 처리될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 명의신탁이 금지되고 등기부가 실소유관계를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등기가 공신력을 갖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절실히 요망된다.

등기원인서류에 대한 공중제도도 없고 등기공무원의 실질심사권도
없으며 하자가 발생할 경우 배상이 주어지지도 않는 가운데 명의신탁하는
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은 새로운 문제를 낳을 소지가 큰 것이다.

셋째 명의신탁이 가진 문제의 핵심이 소유권의 대내적 관계와 대외적
관계를 괴리시킨다는 점이라면 이는 토지소유및 거래에 관한 정보관리
체계가 가진 여러 문제들의 일단에 불과하다.

등기와 지적의 분리,이들 토지공부와 현실외 불일치,부동산 싯가와
과표의 불일치등의 문제도 언젠가는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등기 지적 공시지가업무를 통합관리하는 가칭 "부동산
정보관리청"의 신설이 요망된다.

이 기구는 기존의 공부를 통합관리하고 부처간에 분산되어 있는 유사한
업무를 통괄하는데 덧붙여 공부의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한 토지센서스의
실시,지리정보시스템의 구축등 새로운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소유권분쟁의
예방,부동산 정책기반의 조성,조세의 실효성 제고,국민편익증진등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넷째 부동산거래 실명제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수
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토지와 건물의 수급관계가 가격수준과 가격변동률을
결정하므로 토지개발및 이용의 규제를 완화하고 사회간접자본을 확충
하며 신도시를 개발하여 주택공급을 늘리는 등의 조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2일자).